어떻게 생겼을까? 아들인 건 알겠는데 아빠 닮으면 키는 클 테고, 얼굴은 엄마 닮았으면 그만하면 괜찮을 것도 같은데..., 눈 코 입은 어떻고, 손가락 발가락은 또, 등등 온갖 생각들로 복잡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출산을 앞둔 딸보다 내가 더 떨렸다. 곧 태어날 손자의 모습이 무척 궁금하면서도 걱정이 됐다. 한편으로 아무려면 어때, 인물이야 어떻든 건강하게 태어나면 더 바랄 게 없지, 하면서.
내가 첫딸을 낳을 때보다 더 긴장되고 기다려졌다. 대기실 앞에서 초조한 마음이 발끝에서 동동거린다. 진정이 안 됐다. 할머니라는 말이 어색하고 받아들일 준비는 안 됐어도 내심 기다리고 설렜던 것 같다.
두 번째 부터도 역시 손주들이 태어날 때마다 설레고 긴장됐지만, 첫 손주라서 조금 더 그랬던 것 같다. 손주 사랑만큼은 팔불출이 되고 증세가 깊은데 초등학생이 된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큰 손주는 다른 애들에 비해 활동적이고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방학이 되면 외가에서 일주일 정도 보내게 되는데, 2학년이 되고부터 동생과 함께 보내는 것보다 혼자 있고 싶어 했다.
큰 딸과 두 손자가 외가에서 주말을 보내고 형을 남겨두고 가려는데 동생이 울고불고 난리다. 미리 이야기를 해둔 상태인데도 형과 함께 가야 한다고 30분을 대성통곡했다. 형은 표정을 감추려고 할아버지 등 뒤에서 좋은 건지 미안한 건지 알 수 없는 은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외할아버지 사랑을 독차지하고 홀가분하게 지낼 걸 생각하니 기분 좋은 눈치다.
“서진아, 동생하고 떨어져서 있고 싶다고 했는데 이유를 할머니한테 말해 줄 수 있어?”
“말을 자꾸 따라 해요. 귀찮게 하고, 말도 잘 안 들어요.”
“아, 그래? 할머니가 생각해도 자꾸 말 따라 하면 싫던데 서진이도 그랬구나.”
서진이를 끔찍이 여기는 사위의 말에 의하면
“서진이가 하던 거를 동생이 그대로 따라 하고 있어요. ”
그러고 보니 그랬다. 서진이가 6살 동생과 같은 나이일 때 엄마가 말할 때마다 따라 했었지. 서진 엄마가 주의를 주던 것이 생각났다. 세 살 터울 동생도, 가르쳐 주지 않아도 형이 하던 것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다.
커가면서 스쳐 가는 행동인 것을 서진이도 했어도 잊고 있었다. 그저 동생이 따라 하는 것이 싫고 그때마다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렇지만 서진이 입장이 되니 충분히 이해되고 마음을 알 것 같다.
“동생하고 떨어져서 혼자 있고 싶어요. 지금은 할머니 집에 있는 게 더 편하고 좋아요.”
“그럴 땐 떨어져 보는 것도 좋아. 할머니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형하고 같이 가야 된데. 동생이 형이랑 떨어지기 싫은가 봐.”
“형 말을 따라 하고, 또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하는 것이 좋다는 표현인가 봐. ”
“할머니 생각에는, 아직 어리니까 좋다는 표현을 그렇게 하는 게 아닐까. 서진이는 어떻게 생각해?”
“..., ”
“할머니, 정말 그럴까요?”
동생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는 눈치였다. 다행이었다.
서진이는 일주일 동안 머물렀다. 밤 마다 잘 무렵이면 동생과 영상통화를 했다. 통화할 때마다 동생은 형이 보고 싶다고 눈물을 꾹꺽 훔치고 있었다.
형제 상봉한 후에도 여전히 말 따라 하고, 또 하지 말라며 옥신각신하고 있다. 그래도 서진이가 태어날 때 설레고 행복했던 마음에, 처음처럼 여전히 아우보다 형 편에 서게 된다. 첫정이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