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결혼 10주년 기념

엄마의 마음

by 마리혜

2025년 5월 16일(금요일)

나의 인생 고귀한 첫 선물인, 큰 딸이 결혼한 지 10주년 기념일이다. 일주일 전 미리 달력에 표시해 놓고 딸 모르게 깜짝 이벤트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


이벤트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니었다. 예쁜 꽃바구니에 짧은 글 한 줄이면 충분히 감동될 수 있겠다 싶었다. 엄마라도 전에 없이 평소에 아기자기하게 챙겨준 것이 아니라서 멋쩍긴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챙겨주자 마음먹으니 또 못할 일은 아니었다.


소문내고 생색내야 하는 것이라면 생각조차 못 했겠지만, 엄마의 깜짝 이벤트에 놀라고, 좋아서 호들갑 정도는 떨어줄 감각은 있을까. 잔정 많고 다정한 아들에 비해, 무뚝뚝한 딸의 호탕한 웃음 한마디면 일단 성공으로 간주하기로 하자.


큰 딸은 서울에 살고 있다. 멀리 떨어져 지내고 있으니, 오늘 같은 날, 아빠 엄마가 서울까지 움직여서 식사 한 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일곱 살 손자가 날쌘돌이처럼 수영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냐고 해도,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어도 마음뿐이다.


큰 딸 가족은 여행하길 좋아한다. 주말이면 근교에 숙소를, 정하고 아이들을 위해 자연에서 맘껏 뛰어놀게 하면서 보낸다. 주말 언제든 외갓집에 와서 놀다 가라는 말이 떨어지면, 딸은 망설임 없이 길은 나선다. 그 덕분에 활동적인 손주들은 외갓집에 오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손자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만날 땐

“할머니가 우리 강아지들 많이 보고 싶었어!”

“서진이는?”“승현이는?

“저도 보고 싶었어요”

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헤어질 땐

“할머니가 우리 서진이, 승현이 많이 사랑해. 알고 있어?”라고 하면

“알고 있어요, 할머니. 저도 할머니 많이 사랑해요”


라는 말을 들어야 포옹에서 풀려난다.

개구쟁이 녀석들이지만 한없이 귀엽고 착하고 예쁘다.


“엄마, 오빠는 ‘예’ 아니면 ‘아니요’라는 말밖에 못 하고 말주변도 없는데!”

오빠 만나면 어색하지 않을 자신 있냐면서 묘하게 웃음을 던지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딸아. 그건 엄마가 해결한다. 만나게만 해줘!"


우리 사위를 처음 만나는 날,

카페에서 딸이 커피 주문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말 없는 사위와 3분 견디는 것이 참으로 어려웠었다. 알고 보니 정말로 심하게 말수 적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만날수록 말수가 늘어나더니 이제는 불편함 없이 대화한다. 그런 사위가 언젠가부터 딸보다 더 좋다.


꽃바구니 주문하려다 정신없이 시간을 놓쳤다. 안 되겠다 싶어서 깜짝 이벤트는 포기하고 필요한 선물을 하기로 마음먹고 전화했다. 서진이와 카페에서 데이트 중이었다.


“딸아, 오늘 결혼 10주년 축하한다.”

“뭔 일이래? 푸하하하!”


역시 예상대로였다. 호탕한 웃음으로 뜻밖의 놀라움을 표시하지만, 무척 좋아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흐뭇했다.


“예쁜 손자들 낳고, 예쁘게 잘 키워줘서 고맙고.

사위랑 알콩달콩 잘 살아줘서 고맙고.

시부모님께 그만하면 잘하니 그래서 고맙고”

“우리 딸, 고마워!”


사랑하는 큰딸의 10주년 결혼기념일의 소소한 이벤트는

꽃다발보다 케이크보다 커피 쿠폰이 더 좋다는 딸의 의지대로 [00 커피 5만 원권] 상품권으로 배송했다.
















화면 캡처 2025-05-27 06214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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