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억 수입 공포영화, 드라마로 만나다

영화 '컨저링'

by 이슈피커

늦은 밤, 불을 끄고 혼자 앉아 있으면 작은 소리에도 괜히 몸이 움찔할 때가 있다.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조차 낯설게 다가온다. 그런 순간, 영화 속에서 보던 장면들이 불쑥 떠오르곤 한다. 현실과 허구가 겹쳐지면서 일상은 잠시 낯설어지고, 그 낯섦이 주는 긴장은 묘하게 매혹적이다.

common (1).jpg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컨저링’이라는 이름은 그 긴장을 가장 집요하게 붙잡아온 세계였다. 처음은 오래된 저택에서 시작됐다. 가족이 이사 오고, 정체 모를 현상이 쌓여가고, 결국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존재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단순히 놀라게 만드는 공포가 아니라, 숨을 고르게 만드는 긴장으로 이야기를 밀고 나갔다. 어둡고 낡은 공간의 기척,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침묵마저 서늘하게 만드는 연출. 그게 이 시리즈의 무게였다.


그 뒤로 수많은 파생작이 나왔고, 극장은 늘 비슷한 풍경을 보여줬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스크린을 훔쳐보는 관객들. 누구보다 빨리 이야기를 따라잡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뒤돌아보지 못할 만큼 압도당하는 경험. 영화관을 나오면 현실은 똑같이 흘러가는데, 몸 어딘가에 남아 있는 그 떨림은 오래간다.

common (2).jpg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최근 마지막 영화가 공개되면서 이 세계는 하나의 긴 기록처럼 매듭을 지었다. 출발은 소박했지만, 끝은 웅장했다. 작은 사건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마침내 거대한 대서사시로 닿은 셈이다. 수많은 공포 영화가 흩어지고 잊히는 동안, ‘컨저링’은 오히려 무게를 더해 갔다. 아마도 실제 사건이라는 근거와 치밀하게 엮인 연출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 이야기는 다시 드라마라는 옷을 입는다. 드라마는 영화보다 훨씬 느리게, 더 오래 호흡할 수 있는 형식이다. 작은 순간과 여백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긴장은 다른 방식으로 번져갈 것이다. 이미 익숙한 세계이지만, 또 다른 호흡으로 그려질 때 어떤 색을 띨지 궁금해진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공포는 결국 우리 안에서 만들어진다고. 스크린 속 이야기는 그저 불씨일 뿐, 진짜 떨림은 불을 끄고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찾아온다. 그렇기에 ‘컨저링’은 단순한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의 상상 속에 심어진 작은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형식으로 다시 태어날 그 그림자가, 이번에는 어떤 밤을 흔들어 놓을지 조용히 기다리게 된다.

common (3).jpg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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