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늦은 오후, 일부러 찾아 꺼낸 영화가 ‘게이트’였다.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쪽에 오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잔 위로 김이 흩어질 무렵, 오래된 열쇠 구멍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 스며들었다. 닫혀 있던 세상의 문을 살짝 열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2018년 개봉작 ‘게이트’는 코미디처럼 가볍게 문을 연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면 권력과 돈, 욕망이 얽힌 무거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생계에 몰린 사람들이 모여 도둑단을 꾸리고, 단순한 한탕이 대통령과 권력층의 비자금으로 이어진다. 웃음과 긴장이 교차하며, 결국 금고 앞에 선 인물들은 각자의 선택으로 파멸을 향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소은이 있다. 동생과 함께 힘겹게 살아가는 그녀는, 처음에는 범죄와 거리를 두려 하지만 끝내 벼랑 끝에서 발을 내딛는다. 동생을 지키려는 마음이 그녀를 끌어당긴다. 삼촌 장춘은 한때 이름을 날린 금고털이였으나 이제는 세월의 흔적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마지막 순간, 소은을 위해 자신을 남겨둔다. 허술해 보이는 도둑단은 사실 절박한 사연으로 묶인 사람들이었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규철이다. 동네 바보로 불리지만, 잃어버린 기억 속에는 검사로서의 본모습이 숨어 있었다. 영화가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그는 과거를 되찾고, 대통령 비리를 수사하던 검사로 돌아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주던 캐릭터가, 마지막에는 정의의 칼날을 다시 쥐고 선다.
반대편에는 고 대표가 있다. 돈을 갚지 못한 사람을 협박하고, 인간 이하의 잔혹한 짓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권력의 그림자 속에서 부를 축적했지만 동시에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결말은 그를 가장 원하는 것과 함께 가두어 버린다. 금고 속에 스스로 갇혀버린 것이다. 사랑했던 돈과 단둘이 남아, 고립된 채로.
검찰의 이야기와 권력층의 비리 수사가 교차하면서 영화는 단순한 도둑 이야기에서 벗어난다. 도둑단은 의도치 않게 국가의 부패를 드러내는 촉매가 되고, 그들의 작은 발걸음은 거대한 균열을 만든다. 코미디와 범죄극이 한데 섞이며, 웃음 속에 쓴맛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