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의 끝에서 시작된 이야기
퇴근길 지하철 안, 누군가의 휴대폰 화면에 정소민의 얼굴이 스쳤다.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낯익은 이름이 떠올랐다. ‘우주메리미’.
그제야 생각났다. 전날 밤, 무심코 틀어둔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그 장면들.
드라마의 시작은 결혼식장 바로 앞이었다.
행복해야 할 순간에, 메리는 파혼을 결심한다.
약혼자의 외도를 눈앞에서 본 사람의 표정은 놀랍도록 담담했다.
마치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그녀는 음료수를 뿌리며 말했다.
“언젠가 이혼할 것 같아서 그냥 지금 할래.”
단호했지만, 그 안엔 묘한 슬픔이 있었다.
버티는 대신, 끝내는 선택을 한 여자.
이혼 후에도 세상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신혼집으로 계약한 전세가 사기였고, 남은 건 빚뿐이었다.
한때 남편이었던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돌아온 건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야.”라는 말 한마디였다.
그 순간, 화면 속 메리는 울지 않았다.
대신 가만히 고개를 떨궜다.
그 침묵이 눈물보다 아팠다.
그런 메리 앞에 또 다른 ‘김우주’가 나타난다.
이름부터 운명처럼 엮인 남자.
취한 그녀를 걱정해 차를 멈춘 남자는, 뜻밖의 사고로 인연을 만든다.
그 만남은 다소 우스꽝스럽고, 동시에 따뜻했다.
선인장 화분 위로 넘어지는 장면에 웃다가,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남자의 손길에 마음이 녹았다.
정소민의 메리는 그랬다.
자주 다치고, 자주 웃기며, 자주 무너졌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구했다.
한 번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늘 진심이었다.
그래서일까.
두 번째 만남에서 던진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나랑 결혼해줘요.”
돌직구 같은 청혼이었지만,
그 말 속엔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절박함이 숨어 있었다.
상처투성이의 하루 끝에서, 사람에게 다시 기대어보는 용기.
그건 사랑보다도 깊은 마음이었다.
첫 회의 엔딩은 그런 감정의 총합처럼 다가왔다.
이혼, 사기, 청혼.
모든 사건이 빠르게 흘렀지만, 그 안의 감정은 섬세하게 붙잡혀 있었다.
정소민은 웃을 때보다 무너질 때 더 빛났고,
최우식은 부드러운 시선 하나로 이야기를 단단히 받쳐줬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공기는 가벼운 코미디 같지만,
그 안에는 어딘가 삶의 피로가 스며 있었다.
드라마를 보고 난 다음 날,
SNS에는 수많은 댓글이 올라왔다.
“정소민님은 모든 남주랑 다 잘 어울려요.”
“볼 때마다 재밌어요, 연기력 차력쇼예요.”
“신경쓰이게 하는 메리, 끝까지 책임지는 우주 멋지다.”
그 반응들 사이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웃고 있었다.
누군가는 위로받고, 누군가는 그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을 것이다.
‘우주메리미’는 결국 그런 이야기다.
엉망이 된 인생 속에서도, 누군가에게 다시 손을 내미는 사람들의 이야기.
버려지고, 속고, 다쳐도
다시 사랑을 믿어보는 사람의 이야기.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그녀의 청혼을 보고 웃으면서도,
마음 한쪽이 조용히 떨렸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렇게 절벽 끝에서 누군가에게 물었으니까.
“나랑, 다시 살아볼래요?”
드라마 ‘우주메리미’의 2화는
또 어떤 사랑의 모양으로 찾아올까.
아마 이번 주 토요일 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TV 앞에 앉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