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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사기, 청혼… 그럼에도 웃는 여자

파혼의 끝에서 시작된 이야기

by 이슈피커
1.jpg 사진= 유튜브 'SBS Catch'


퇴근길 지하철 안, 누군가의 휴대폰 화면에 정소민의 얼굴이 스쳤다.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낯익은 이름이 떠올랐다. ‘우주메리미’.
그제야 생각났다. 전날 밤, 무심코 틀어둔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그 장면들.


드라마의 시작은 결혼식장 바로 앞이었다.
행복해야 할 순간에, 메리는 파혼을 결심한다.
약혼자의 외도를 눈앞에서 본 사람의 표정은 놀랍도록 담담했다.
마치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그녀는 음료수를 뿌리며 말했다.
“언젠가 이혼할 것 같아서 그냥 지금 할래.”
단호했지만, 그 안엔 묘한 슬픔이 있었다.
버티는 대신, 끝내는 선택을 한 여자.

2.jpg 사진= 유튜브 'SBS Catch'

이혼 후에도 세상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신혼집으로 계약한 전세가 사기였고, 남은 건 빚뿐이었다.
한때 남편이었던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돌아온 건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야.”라는 말 한마디였다.
그 순간, 화면 속 메리는 울지 않았다.
대신 가만히 고개를 떨궜다.
그 침묵이 눈물보다 아팠다.


그런 메리 앞에 또 다른 ‘김우주’가 나타난다.
이름부터 운명처럼 엮인 남자.
취한 그녀를 걱정해 차를 멈춘 남자는, 뜻밖의 사고로 인연을 만든다.
그 만남은 다소 우스꽝스럽고, 동시에 따뜻했다.
선인장 화분 위로 넘어지는 장면에 웃다가,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남자의 손길에 마음이 녹았다.

3.jpg 사진= 유튜브 'SBS Catch'

정소민의 메리는 그랬다.
자주 다치고, 자주 웃기며, 자주 무너졌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구했다.
한 번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늘 진심이었다.


그래서일까.
두 번째 만남에서 던진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나랑 결혼해줘요.”
돌직구 같은 청혼이었지만,
그 말 속엔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절박함이 숨어 있었다.
상처투성이의 하루 끝에서, 사람에게 다시 기대어보는 용기.
그건 사랑보다도 깊은 마음이었다.


첫 회의 엔딩은 그런 감정의 총합처럼 다가왔다.
이혼, 사기, 청혼.
모든 사건이 빠르게 흘렀지만, 그 안의 감정은 섬세하게 붙잡혀 있었다.
정소민은 웃을 때보다 무너질 때 더 빛났고,
최우식은 부드러운 시선 하나로 이야기를 단단히 받쳐줬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공기는 가벼운 코미디 같지만,
그 안에는 어딘가 삶의 피로가 스며 있었다.

4.jpg 사진= 유튜브 'SBS Catch'

드라마를 보고 난 다음 날,
SNS에는 수많은 댓글이 올라왔다.
“정소민님은 모든 남주랑 다 잘 어울려요.”
“볼 때마다 재밌어요, 연기력 차력쇼예요.”
“신경쓰이게 하는 메리, 끝까지 책임지는 우주 멋지다.”
그 반응들 사이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웃고 있었다.
누군가는 위로받고, 누군가는 그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을 것이다.


‘우주메리미’는 결국 그런 이야기다.
엉망이 된 인생 속에서도, 누군가에게 다시 손을 내미는 사람들의 이야기.
버려지고, 속고, 다쳐도
다시 사랑을 믿어보는 사람의 이야기.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그녀의 청혼을 보고 웃으면서도,
마음 한쪽이 조용히 떨렸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렇게 절벽 끝에서 누군가에게 물었으니까.
“나랑, 다시 살아볼래요?”


드라마 ‘우주메리미’의 2화는
또 어떤 사랑의 모양으로 찾아올까.
아마 이번 주 토요일 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TV 앞에 앉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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