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인'
영화 ‘세계의 주인’이 관객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을 타고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홍보보다 강한 건 관객의 반응이었다. SNS에는 “정보를 보지 말고 극장에서 직접 보라”는 글이 퍼지며 독특한 관람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줄거리보다 감정의 흐름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는 관객들의 움직임이 흥행을 이끌었다.
개봉 직후 영화는 CGV 골든에그지수 97%를 기록했다. 한국 독립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관객의 선택이 만들어낸 성과를 입증했다. 리뷰 대부분은 결말을 언급하지 않은 채 “보는 동안 생각이 깊어졌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제목의 뜻이 와닿았다”는 반응으로 채워졌다.
‘세계의 주인’은 윤가은 감독이 ‘우리들’, ‘우리집’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번엔 열여덟 살 여고생의 세계를 통해 개인의 생각과 집단의 시선을 바라본다. 반의 중심에 있던 주인(서수빈)은 전교생이 참여하는 서명운동을 혼자서 거부한다.
단순한 선택이었지만, 그 결정은 교실 전체를 뒤흔든다. 익명의 쪽지가 도착하고, 주인을 향한 추궁이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왜 사람들은 같은 방향으로 가야 안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윤가은 감독은 특정 인물의 행동을 설명하기보다, 그 행동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여준다. 불필요한 대사 대신 침묵과 표정을 사용하며, 인물 사이의 거리로 감정을 쌓아간다. 관객은 장면마다 자신이 속한 세계를 떠올리게 된다.
‘세계의 주인’은 국내 개봉 전부터 해외 영화제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을 시작으로, 핑야오국제영화제 2관왕, 바르샤바국제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수상까지 이어졌다.
BFI런던영화제, 도쿄필맥스영화제 등에서도 초청을 받았다. 해외 평단은 “인물의 감정을 다루는 섬세한 시선이 돋보인다”는 평을 남겼다. 대사보다 표정으로 전해지는 감정의 깊이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다.
신예 서수빈, 열여덟의 얼굴을 완성하다
주인 역을 맡은 배우 서수빈은 데뷔작임에도 완성도 높은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밝은 표정과 단호한 태도가 공존하는 모습이 실제 열여덟의 불안과 자신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관객들은 “서수빈의 눈빛 하나로 장면이 설명된다”는 반응을 남겼다.
배우 장혜진은 엄마 역으로 등장해 현실적인 무게를 더했다. 짧은 대화 안에서도 세대 간 거리감과 이해의 한계를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세계의 주인’에는 대형 마케팅도, 자극적인 설정도 없다. 관객들의 반응이 영화의 홍보를 대신했다. 서로가 남긴 한 줄의 평이 이어지며 자연스러운 관심으로 번졌다. 이런 흐름은 작품의 내용과도 맞닿아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때, 그것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극장 밖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세계의 주인’은 지금도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