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은 리셋버튼

by 나그네

아침이 오면

어제는 저장되지 않는다


구겨진 셔츠를 펴 입고

다시 사람 흉내를 낸다

‘괜찮습니다’는

오늘도 가장 먼저 보내는 메일


커피는 쓰고

회의는 길고

퇴근은 늘 늦고


그래도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일하니까 괜찮은 거야”

그 말이

가장 비참하다는 건

아무도 모른다


희망은

점심시간에 잠깐 켜졌다가

퇴근길에 소진된다

내일은

또다시 새로고침


언제부턴가 나는

살아가는 게 아니라

견디는 중이다


그래도, 또 일어나

출근이라는 버튼을 누른다

미래는

무한반복의 뒤편 어딘가에 있을 거라 믿으며



이전 10화부러움과 버팀 사이의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