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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 이용교육

by 설영

매년 이맘 때면 학교도서관 이용교육을 한다. 학교도서관에 문 열려 있으면 들어가서 책 대출하면 되지 무슨 대단한 이용교육까지 굳이 왜 필요한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학교도서관은 그저 낡고 오래된 서가 사이에 먼지 쌓인 책들만 많았던 곳이다. 사서교사도 없었고 국어선생님이 허락한 시간에 도서관에 가면 도서부 친구들이 도서관을 지키고 있곤 했다. 그때는 도서관 시스템도 전산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검은 철끈으로 묶인 "대출 반납 대장"이라는 서류에 이름과 서명을 써서 대출했다.


학교도서관 이용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내가 "사서교사"라는 점이다. 학생들은 가끔 나를 의구심 가득 담은 눈으로 쳐다보곤 한다. 급기야 조심스럽게 질문도 한다. "선생님은 사서예요? 교사예요?" "선생님??? 선생님은 사서교사잖아!!!!" 그도 그럴 것이 사서교사 배치율이 전국 20%를 밑돌기 때문에 학생들이 사서교사를 만날 확률이 높지 않다. 사서쌤이라고 부르는 대신 도서관쌤, 독서쌤으로 불리기도 했던 걸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질문이다. 사서교사는 보통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공부하고 교직이수제도를 통해서 교사자격증을 부여받는다. 매년 치러지는 교사임용시험에 응시해 합격하면 정교사로 발령받아 일하게 된다. 이 과정도 학생들에게 설명해 준다.


나는 도서관 이용교육 때마다 좋은 도서관의 요건에 대해 설명해 왔다. 좋은 도서관이 되려면 최소 3개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책(자료), 시설(물리적 공간), 사서(인적자원)라고 안내한다. 학교도서관은 설치율은 98%가 넘고 자료구입비는 학교운영비의 3%가 필수 편성이기 때문에 자료나 시설면에서는 현재의 학교도서관은 우수한 편이다. 그러나 사서교사가 없는 학교가 많고 학교사서나 봉사자를 활용한다 해도 자료나 시설 측면보다는 인적자원 측면이 많이 떨어지는 현실이다.


고등학교에서는 특히나 수행평가나 프로젝트 과제가 많기 때문에 나는 도서관 이용교육 때 과제를 하는 방법, 자료 찾는 방법, 논문 찾는 방법 등을 교육한다. 특히나 나는 참고문헌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는데 인용과 참고 내용 표시의 중요성과 더불어 자료 검색 시 참고문헌을 활용하는 방법을 교육한다. 보통은 자료를 발췌해서 읽거나 결론까지 읽고 난 뒤 [참고문헌] 페이지가 나오면 '아, 내용은 여기서 끝이구나' 하면서 자료를 덮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찾은 자료와 참고문헌은 주제 유사도가 크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자료를 더 확장해서 검색해 볼 수 있다.


또 하나 이용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학교도서관 홍보이다. 학교도서관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구체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안내문을 붙이고 담임선생님의 협조를 구한다고 해도 직접 대면으로 홍보하고 설명하면 반응이 훨씬 좋다. 꼭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선생님, 몰라서 못했어요. 알았으면 했을 텐 텐데..."라며 도서관에 울상으로 오는 학생들이 꼭 한 둘은 있기 때문이다.


1시간 교육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도서관 이용교육에 힘을 쏟는 이유는 이렇게 초반에 사서교사와 학교도서관을 각인시켜 놓으면 학교도서관 문턱을 훨씬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읽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나는 학교도서관에 갈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거나 모르는 선생님이 있는 공간에 들어서기를 쭈뼛거리는 학생들도 있다. 내 이름과 하는 일을 알려주고 서로 덜 낯설게 된다면 이용교육은 잠정적으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1년이 시작되었다. 곧 수행평가 과제가 쏟아질 것이고 도서관에서 마련한 프로그램도 시작된다. 겨울 방학 내내 고민했던 프로그램이 잘 이루어질 지 걱정과 설렘이 한가득이다. 늘 내가 초반에 계획하고 걱정했던 것보다 끝나고 나서 만족했던 것들은 학생들이 채워준 부분이다. 사서교사 1년의 부족한 부분은 학생들에게 맡기고 다시 힘차게 문을 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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