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미뤄온 사람들

#4 감정을 미뤄온 사람들

by 복자

감정을 미뤄온 사람들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를 과도하게 배려하는 것,

그리고 본인의 불안과 우울을 꼭꼭 눌러 담는 일.

그건 자기 자신을 짐처럼 짊어진 채

조심스럽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 중 몇몇은 분명 그런 방식으로 감정을 다뤄왔다.

그렇게 느낀 이유는 아마, 나 역시 오랫동안 그런 태도로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감정을 왜 나누지 않고 미루는 걸까.

생각해 보면 나의 주관적인 감정은

누군가의 감정에 의해, 또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내가 더 힘들었어.”

내가 어렵게 털어놓은 감정은

어느새 누군가의 감정보다 덜 힘든 것으로 비교되었고,

쉽게 ‘가십거리’로 바뀌었다.


또 다른 감정은,

“많이 힘들었겠네.”라는 말로 끝났지만,

그 말 안에는 위로보다

‘그 정도는 다들 겪는 거야’라는 분위기가 숨겨져 있었다.


어쩌면 나는,

감정 하나하나에 스스로 낙인을 찍어가며

‘이 정도는 감정이 아니야’, ‘이건 감정이라고 말하기엔 사소해’

그렇게 자꾸만 내 감정을 뒤로 미뤄왔다.


그래서 이제는 묻는다.

나의 감정은 왜 늘 타인의 반응에 따라 존재 가치를 달리해야 했을까.

감정은 원래 혼자 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언젠가는,

감정을 미루지 않고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으며

그저 ‘내 마음이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온전히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마, 그건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를 허락하는 연습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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