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우리.

by aa

숨결에 고요히 하얀 숨이 실리는 계절이 오면,

우리 아무도 모르게 떠나자.


사람들은 우리가 사라진 줄도 모르게,

세상은 그저 하루를 또 넘기게 놔두고,

우린 조용히, 아무 약속도 없이,

다정한 도망을 가자.


우리는 짐이 없어.

짐이란 대개 미련의 다른 이름이니까.


눈 내리는 것처럼

천천히,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다

작은 숨을 나누고,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표정으로,

누구에게도 해 본 적 없는 말로

우리만의 언어를 만들자.


그리고,

이 계절이 지나고 나면

마치 처음 본 사람들처럼

서로를 스쳐 지나가자.


기억 속에 남는 건,

우리가 나눈 눈빛 하나로 충분하니까.


사랑이란 말 없이도

사랑을 이룰 수 있다면,

너와 나의 숨결이

서로에게 닿는 이 찰나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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