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자고로 엄마 몰래 뿌셔 먹어야 맛나지!
나이가 들면 입맛이 변한다는데
나는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변하지 않고 입맛이 늘어났다.
(어릴 때 좋아하던 거 그대로 좋아하고 거기에 갈수록 점점 맛있어지는 음식이 늘어날 뿐)
어릴 때, 밥은 잘 안 먹고 과자나 간식만 좋아했다면
지금은 밥도 좋고 과자도 좋고 간식도 좋고!
(결혼하고 나니까 특히 남이 차려준 밥상이 제일 좋고 ㅋㅋㅋ)
육퇴 후 저녁 설거지까지 하고 나면, 드디어 지친 하루를 위로받는 나만의 힐링 시간 = 간식 타임을 갖는다.
전에는 맥주 한 캔과 함께 했지만
나이 들면서 맥주 한 캔만 먹어도 다음날 손발이 띵띵 붓고 정말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속이 뒤집힐 때도 있어서 술은 바이바이 했다. (30대까지만 해도 술은 소맥 1:1 비율로 말아먹어야 먹은 것 같았던 나인데... 세월이 야속하구나~)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난 나나콘' 옥수수 과자를 먹고 있다.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뽑으라고 하면 정말 한 두 개로 간추려질 수 없을 만큼 좋아하는 게 많지만 그래도 굳이 뽑으라고 한다면 쥐포와 생라면이다.
달고 짭짤한 쥐포!
매콤 달달한 생라면!
어릴 때부터 변함없이 좋아했었다.
사실 처음 촉촉한 반건조 오징어를 간장고추냉이마요네즈 소스에 찍어 먹었을 때 쥐포를 살짝 밀어낸 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바짝 구운 쥐포는 다시 내 마음에 탑 간식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절대반지처럼. 절대 변하지 않는 간식 탑 오브 탑은 수프 솔솔 뿌린 생라면이다.
라면 종류가 많아지면서 웬만한 라면은 다 부셔 먹어 봤는데
내 입에는 안성탕면이 최애 픽이다.
너무 맵지도 않고 너무 짜지도 않으면서 면의 굵기에 따른 바삭거리는 식감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맛이랄까? ㅋㅋㅋ
국민학교 때 소고기라면이 50원 정도였던 것 같다.
집 앞에 "은정슈퍼"에서 소고기라면을 사서 가게 앞 평상 위에 라면을 올려놓는다.
처음에는 두 손으로 봉지를 잡고 위아래로 눌러 대충 부순다음 잘 안 부서진 라면 덩어리는 팔꿈치로 퍽퍽 치면서 라면을 잘게 부순다
이때! 잘못 부수면 얇디얇은 소고기 라면 봉지 가운데가 찢어진다. (망삘...이라고 실망할 것 없다)
슈퍼에 가서 검은 봉지 하나를 달라고 하면 할머니가 그냥 주셨다.
그럼 찢어진 라면 봉지 속 라면조각들을 검은 봉지에 옮겨 담으면 된다.
그리고 수프를 위에서 솔솔 뿌려준 후
한 손으로 검은 봉지 입구를 조여서 꽉 잡은 후 사정없이 빙글 뱅글 허공에 돌려주면
부서진 라면 조각들 사이사이로 수프가 골골로 묻힌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잘 만들어진 생라면 검은 봉지를 들고
엄마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서, 숨어서 먹어야 한다.
엄마한테 생라면 부셔먹다 걸리면 등짝 스매싱이기 때문이다. ㅋㅋ
쫓아온 동네 친구들에게도 한 조각씩 나눠준다.
(큰 덩어리는 절대 안 줌 ㅎㅎ)
2살 어린 내 동생은 아까부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라면 기다리고 있다.
그럼 나는 하늘에서 단비가 내리듯 라면 부스러기를 뿌려준다. ^^;;
지금 생각해 보니까 생라면 하나에 동생에게 엄청난 갑 행세를 했었다.
라면 조각을 다 먹었다고 끝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봉지 안쪽에 남아 있는 라면수프들이 있다!
1. 먼저 손가락에 침을 묻힌다.
2. 그다음 봉지 깊숙이 있는 수프를 찍어서
3. 재빠르게 입속으로 넣는다.
4. 손가락에 묻은 스프한알까지 쪽쪽 빨아먹고
5. 입 주변에 묻은 수프까지 혓바닥으로 쓸어 먹으면
드디어 최애 간식 타임이 끝나는 것이었다.
근데... 어느 날
몰래 생라면 먹고 집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물어보셨다.
"너 또 생라면 먹었어?"
"네?" 일단 대답을 피해 본다.
"먹었어? 안 먹었어? 빨리 말해!!"
"..........."
"아 해봐! 얼른 아 해보라고!!"
나는... 불안한 예감을 느꼈지만...
"아......."
엄마가 내 얼굴 가까이 오시더니 입속 냄새를 맡으셨다.
"먹었구먼!!! 맨날 그런 거를 먹으니까 밥을 안 먹는 거 아니야!!!!! 아이고 못살아 내가!!"
누굴까.... 그날 내가 생라면 먹었다고 우리 엄마에게 고자질한 사람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