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갤러리에 수년 전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어머 이때 사진 지금에 비하니 훨씬 젊은 게 티가 확 나네"
옆에 있던 남의 편이란 분"아니 사진 속의 사람은 어디로 갔대" 입으로 매를 번다. 꽃보다 이쁘다며 찰칵찰칵 찍어대던 셀카는 어플을 쓰지 않으면 볼 수가 없어, 안 찍은 지 오래.... 꽃사진 풍경사진 우리 집 냐옹이 들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간다.
열손가락 꼽아도 모자라던 소망들은 한 손가락 접는 것으로도 충분해졌다. 굳이 소원을 빌어야 할 때가 되면 떠오르는 건 건강이란 단어뿐이다. 거울을 보면 희끗희끗 흰머리가 쑤욱 올라와 있다. 한 달이란 시간은 여지없이 경계를 만들어준다 염색으로 가려버린 진갈색머리칼과 이제 자라나 떡 하니 반짝하고 빛을 내는 흰머리 1센티, 파여 들어가기 시작한 팔자주름엔 심술보가 들어차 있어 보이는 낯설지만 나의 모습.
화살촉 같다는 시간의 중간에 머물러 있다. 파릇파릇 봄날의 햇살 같던 시간을 지나, 이글이글 타오르던 수평선 위 반짝이던, 정열 같은 태양의 시간을 지내고 보니, 순간 벌거벗겨진 내가 보인다. 말랑말랑 토실한 아가의 모습이 아닌, 톡 터질듯한 탄력 있는 처녀의 모습도 아닌, 물컹해지고 작아져버린 나, 외적인 모든 것은 빛이 바래지고 있지만, 열정과 안식의 이야긴 이제 다시 시작된다.
더 넓어진 가슴과 지혜, 버려지는 오만함, 세상에 대한 너그러움과 사랑, 그렇게 새로운 감정으로 발가벗겨진 몸에, 옷을 입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