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 생활 7년
나는 무엇인가 직급을 맡는 걸 싫어한다.
작은 타이틀이라도 생기면 따라붙는 알 수 없는 무게라는 것이...
칭찬한마디 뒤로 뒷다마와 욕의 세계, 웬만한 멘털로는 버틸 수가 없다.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싫다.
난 그런 그릇이 못된다.
어떤 무게이던 무언가가 짓누르기 시작하면 멘털에 혼돈이 와서 질식할 것 같다.
미용실 직원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실장, 점장 무언가 직급을 내게 권해오면 난 싫어요. 전 평직원이 좋아요!
잘난척하고 오버 떨던 그들의 모습, 뒤로 원장들에게 까이고 책임져야 하는 모습들을 보았고... 난 감당하기 전에 내가 말라죽을 거라 생각했다.
승진의 욕망과 직급의 욕망은 내겐 그저 스트레스로 보일 뿐...
평타로 목숨줄을 길게 늘어 잡고 , 예 예 알겠습니다. 끌려가 주는 쪽이 내겐 편안했다.
없는 리더십과 중립을 지켜가며 중간자의 역할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다.
이런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접한 문화센터 줌바 수업을 듣던 중 떠밀려 수업 맨 앞줄에 서게 되고 어느 날 떠밀려 총무가 되었다.
"싫어요 저 못해요!" 나름 얘기를 했지만, 내 의견은 묵살되었다.
사정이 생겨 총무직을 그만둔 언니에게 어떤 일을 해야 하냐고 물으니 할 일 별로 없다고, 별스럽지 않은 일이 라고 이야기했다.
주위 오래된 회원분들도 그냥 시키는 건 아니고, 할만하겠다 하는 사람을 시키는 거라 했고, 초창기 줌바에 푹 빠져 전국 줌바밴드에 가입하고 혼자서 각종행사 참여하고 다니니 강사선생님 및 회원분들이 대단스럽다는 듯 이야기했었다.
혼자 오래 살아선지 혼자 해야 하는 무언가를 남의눈 의식을 해서 못하거나 하진 않는다.
혼자 밥 먹기, 카페 가기, 영화 보기, 여행하기 요정도는 식은 죽 먹기, 못해본 건 혼자고깃집 가서 고기 구워 먹기는 고기가 간절하지 않았는지 해본 적 없다.
총무가 되고 제일 먼저 실천한건 인사 잘하기, 아는 척해주기, 내가 처음 운동하러 왔을 때 나는 혼자 왔지만, 다른 분들은 아름아름 지인을 대동해서 오신 분들도 있었고 혼자 오신 분들은 용기 내어 왔음에도 낯섦과 어색함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다반사라 했고, 나랑 안 맞는 운동이란 생각이 들면 백이면 한두 번, 나오다 그만두기 일쑤였다. 나도 물론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필요한 건 친목, 그나마 이야기 통하는 지인이 생기면 낯섦에서 벗어나 운동하는 게 즐거워진다고 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그룹 운동이라 자리싸움도 은근히 있기 마련이다.
보는 앞에서 실제로 싸우지는 않지만, 내귀로 흘러들어온다 누구 때문에, 내 자리인데, 거울이 안 보이네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 요즘 수업곡이 재미가 없네, 강사선생님이 어쩌네 하는 소리도...
회원들과 강사님 사이에 내가 다리역할을 해줘야 되는 것이다. 새로운 안무작품을 나가면 안무촬영을 해서 회원들이 볼 수 있게 자체밴드에 올려줘야 하고, 종종 하는 회식에 참여인원 장소섭외 회비 걷기 등 관리를, 센터네 소소한 행사준비도 해야 한다. 단톡방 신규회원 초대 등 음.. 생각보다 하는 일이 많다
코로나가 끝나갈 무렵 올스톱된 행사들이 슬금슬금 시작되었고, 동네행사 공연에 올라갈 기회가 많이 생겼었다. 강사님이 공연에 올라갈 회원들을 정해주면 정말 빠져야 할 중대사가 있지 않는 한 무조건 연습에 참여해야 하고 무대에 서야 했다.
내 건강을 위해 한자리에 서서 하던 운동과 달리 대열을 만들어 옮겨 다니며 댄서가 되길 바라는 강사님, 대열을 틀리거나 동작을 틀리면 사오십대 아줌마들도 주눅이 들곤 했다. 의상단체 구입, 회원들의 넋두리도 들어줘야 하고 머리가 지끈거릴 때도 많았다.
회원들은 멋진 강사님을 연예인처럼 보고 좋아하기도 한다.
큰 키에 멋지게 옷을 입고 팔다리를 쭉쭉 펴며 안무를 하면 진짜 멋있다고 몇 분의 회원들이 이야기한다. 뭐, 나도 처음엔 멋있네라고 얘기했었으니... 그래서 강사샘의 관심을 받는 회원을 질투하기도 한다.
꼴랑 문화센터 강좌 하나의 총무 자리가 대수야 하겠지만, 너무 나대며 하고 싶은 말을 다해서도 안되고 , 뒤에서 모르게 안부도 챙겨야 하고, 회원들의 이야기수렴, 잡동사니 일들도 해야 된다.
어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겠지만 중년의 아줌마들이 모여 있는 문화센터 세상 또한 만만한 세상은 아닌듯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이 생기기도 한다.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내면 오래돼서 가까워진 언니들은 "얘, 너만 한 애가 어디 있니 넌 종신총무야" 이렇게 얘기를 한다.
하긴 이득 볼게 하나 없는 자리를 누가 하겠다고 나서기야 하겠냐도 싶지만, 누가 하든 말든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하겠다고 이야기해야지 다짐했는데, 아차하고 생각 나는 기억이 있다. 언젠가 강사님께 강사님은 언제까지 활동하실 수 있을 것 같으세요 물은 적이 있다, '뭐 체력이 받쳐주고 센터에서 써주는 나이가 60살 정도까지 되지 않을까 싶은데'라고 얘기해서" 선생님이 강사로 뛰는 그날까지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던 게 생각이 났다.'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입이 방정이다.
처음 줌바에 빠져 세상 신났던 초심은 떨어지는 체력처럼 사그라들고 있지만 더 재밌는 운동이 생기기 전까지, 발이 뛰어질 때까진 해야 할 운동이다.
에라 모르겠다 싶다. 어떻게 던 되겠지, 하다 보면 되겠지...
같이 운동하는 동생이 본인은 다른 아줌마 그룹에서 총무 몇 달해 보고 질려버려 그만뒀다며 나보고 리스펙 한다고 했다.
그래 나는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정 과 사랑도 많은 줌바강좌의 총무 7년 차다.
이제 내가 무얼 못할까!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걸 해보고, 사소한 일이라도. 누군가 나를 신임한다고 생각할 때 책임을 다하는 게 나의 모습인 거 같다.
아~~ 상반기 회식 공지를 올렸으니 장소는 또 어디로 정한담!
총무인 나는 오늘도 맛집 검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