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 쉬는 돌 Jan 21. 2023

필리핀 닭이 나에게 알려주는 것


닭이 우는 소리에 매일 잠을 깬다.

한국 닭처럼 꼬끼오 하고 예쁘게 울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어디 끌려갈 것처럼 처절하게 울부짖는다. 이곳 필리핀의 닭들은.


어디에 닭이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길가에도 닭이 들개마냥 풀어져있다. 이래서는 누구 닭인지 알 수 있으려나, 닭이 도망은 가지 않으려나 궁금하지만 닭도, 주인인 누군가도 평화로운 걸 보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 모양이다.


첫 날은 분명 닭이 우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한국의 우리 집에서는 나지 않는 소음이었으므로. 잠귀가 밝은 나는 부족한 수면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잠들지 못했다. 그러므로 나는 짜증스러웠다. 이곳의 닭들은 왜 이리 안예쁘게 우는 것이며, 이곳의 창은 왜 이리 방음이 안되는 것인가.




닭 소리가 조금은 익숙해진 지금. 나는 예쁘다는 기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불편하다는 감정에 대해서도. 이방인인 나는 어디서 굴러와서 이곳의 닭이 예쁘게 울지 않는다고 감히 말하는가. 아침마다(사실은 하루 종일) 목청을 뽐내는 저 소리를 어찌 소음이라 멋대로 말하는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향기를 맡고 다른 풍경을 보기 위해 집을 떠나왔으면서, '다름'을 '불편'으로 느끼는 나의 모순이 사뭇 부끄러운 아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3120페소는 어디로 갔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