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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하기(6)

비우고 버리고 다시 돌아오기

by 옆집사람

우연하게 보게 된 어떤 동영상에서 한 방송인이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었다. 즐기는 사람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다 뻥이라고.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그냥 대충 살려면 안 해도 되지만 성공하려면 무조건 열심히 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성공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 소시오패스가 많다는 얘길 들었다. 정상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에 고민하고 망설일 때 그런 사람들은 고민도 망설임도 없고 다른 사람은 그저 이용도 구일뿐 감정의 교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그들은 인간적인 감정의 교류 없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눌러야 하는 사람으로 나눈다. 이간질과 모함, 다른 사람들이 해 놓은 일을 가로채기 등을 할 때도 양심의 거리낌 같은 것은 없다. 그러면서 그들은 직장 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갖는다.

살아가는 일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주관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른바 "사회적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비정상적일 만큼 혐오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라는 것, 최소한의 인간성이라는 것. 최소한의 도덕과 양심이라는 것을 버리고 그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어떤 방향이든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것만큼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비록 틀린 방법이었더라도.

살면서 모르고 살고 싶은 세상이 있다. 분명 있지만 없는 것처럼 모르고 살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 혼자 진저리를 치기도 한다. 쓰레기라고 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빨을 드러내고 물어뜯어버리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성격 탓도 있었을 것이고 그만큼까지 절대적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타협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보기에는 쓰레기 같은 삶을 사는 것 같은 이들도 또 그들끼리 무리를 이루는 것을 보면 나름의 이유로 서로를 공감이라는 틀로 들어가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들은 그들에게 맞는 방법으로 나는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이 뿐이니까.

여행을 가서 낯선 곳에 있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나이가 몇 살인지 고향이 어디인지 학교는 어디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서로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에 그들의 고향이나 나이나 학교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그 순간을 같이 느낄 수 있는지 느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서로를 반기지 않는 표정이면 만나지 않으면 된다. 좋으면 더 머무르면 되고 싫으면 떠나면 된다.

지금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는지, 좋아하고 있는지 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필요도 없다. 어디를 꼭 가야 할 이유도 없다. 꼭 가야 할 이유가 없으니 서두를 필요도 없다. 천천히 즐기면서 가면 되고 가다가 못 가면 그만 멈추면 된다. 물론 일상생활 속에서 여행 중에서 처럼 똑같이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별로 마음을 다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 때문에 라는 것은 하지 말자”

낯선 곳을 다니면서 화두처럼 가지고 다니는 말이다. 살아가다 보면 비가 쏟아지는 날도 있고 더운 날도 추운 날도 있는데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하느냐 밖에서 볼 수 있느냐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문제는 내리는 비나 더위나 추위가 아니라 그 속으로 나서야 하는 "나"인 것을 깨닫는 것이다. 각자가 가진 생각의 잣대가 스스로를 편안하게도 어렵게도 만드는 것이어서 남의 일에는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냥 좀 넘어가지. 그냥 좋게 봐주지.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대해서는 언제나 편협할 만큼 폐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게 된다.

[야니, Yanni]의 음악은 듣는 것도 좋지만 공연 영상을 보는 것이 더 좋은 이유는 정말 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표정 때문이다. 열심히 연습했겠지만 그 표정을 보면 그 일을 하면서 얼마나 행복 해 하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행복하다 불행하다 하는 감정은 남과의 비교에서 나온다고. 그러니까 앞에 "누구"라는 대상이 있다는 말이다. 누구보다는 내가 행복하다, 누구보다 내가 불행하다가 되는 거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찾게 되는 것은 행운에 가깝지만 조금씩 욕심을 비우고 조금씩 미움을 덜어낸다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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