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2
부검결과는 경악스럽다고 할 만큼 뜻밖의 결과였다.
교살이나 자상 등 외상의 흔적은 전혀 없었고 사체에는 피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유일한 상처는 사체의 오른쪽 팔에 있었는데 범인은 피해자의 정맥에 바늘을 꽂아 몸의 피를 모두 빼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피를 뽑아낸 시점은 사체의 상태를 봐서 사망 전에 모두 뽑아냈고 그것으로 인한 다량의 출혈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서서히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체는 알코올로 깨끗이 닦여 있어서 피부에 알코올 성분이 남아 있었고 확인되었던 목, 명치와 그 아래, 그리고 양팔의 손목 안쪽과 발목 안쪽에 있는 상처는 양초 같은 것에 불을 켜서 사체 위에 고정해 놓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손목과 발목에는 끈으로 고정되었던 흔적이 있었지만 다른 곳에는 어떤 흔적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발견 시 입고 있던 흰 옷은 사망 후 알코올을 이용하여 세척한 후에 입혀 놓은 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김 과장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최부장이 자기는 정말 아껴줬잖아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서류고 기획안이고 모두 해서 드렸으니까 그런 거지 따로 챙겨준 게 뭐가 있는데요?
- 그래도 사람들은 유일하게 최부장이 챙긴 사람이 김 과장이라고들 하는데
- 처음에 내가 한 걸로 하겠다고 해오라고 하고 잘되면 모두 자기가 했다고 하고... 나를 이용하느라고 옆에 둔 거예요. 그걸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던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주변 인물 탐색을 하고 들어온 강형사는 조사한 서류를 내밀며 혼잣말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았길래 주변에서는 단 한 사람도 피해자를 두둔하는 사람이 없네요. 모두 그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뿐이고요. 대단한 삶을 산건 맞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보험설계사로 시작해서 회사에 부장까지 진급을 했으니까.
김동천소장. 그는 그녀가 처음 근무를 시작해서 5년 정도 일했던 영업소 소장이었다. 피해자인 최부장을 보험설계사의 일을 가르치고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원이 5명인 회사에 경리로 일하고 있던 그녀는 2개가 부족한 손가락으로 타자를 치고 있었고 고향에 있는 부모와 동생을 돌보고 있다는 말에 보험설계사를 해 볼 생각 없냐고 아마 여기서 월급보다는 조금 나을 것 같다고 그녀를 데려왔다.
김동천소장은 보험설계사가 되는 교육을 주선했고 서툰 그녀를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보험 설계업무도 가르쳐 주고 실적이 안 되는 그녀를 위해 몇 달 동안 지인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직접 실적을 올려주기도 했다.
보기보다 붙임성이 좋았던지 일을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나자 차츰 실적이 나기 시작했다. 소장을 따라다니면서 영업소의 일을 배우기 시작한 그녀는 말을 하기도 전에 알아서 일을 해내곤 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를 보며 누구보다 아꼈던 사람도 김동천 소장이었다. 다른 직원들의 질투도 무마해 가며 그녀를 감싸고 북돋아주었다.
그녀와 김소장의 관계가 틀어진 건 4년쯤 지난 후였다. 그 몇 개월 전 그녀는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남편이 영업소에 찾아와 김소장의 멱살을 잡아 흔들었고 그 이유는 소장이 그녀를 성폭행하려고 했다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부정했지만 그녀의 남편의 욕설과 폭행을 계속되었고 그러는 동안 그녀는 문 밖에 서서 울고만 있었다. 누가보아도 소장은 가해자이고 그녀는 피해자인 모양새였다. 김동천소장이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지만 한번 시작된 소문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그 일로 소장은 영업소를 그만두게 되었고 결국 가정도 파탄 나서 부인과 아이는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영업소는 그동안 입안의 혀처럼 일을 도와주고 있던 그녀가 소장이 되었다.
김동천소장의 그 이후 행적은 이민을 갔다더라 산속에 들어가서 산다더라 말이 많았지만 사실은 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었고 그 이후 미장일을 하고 있었다.
1 년쯤 전 우연히 길에서 그녀를 보게 되었고 따라가서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지금이라고 사실을 말하라고 윽박질렀는데 최부장은 끝까지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어 사과할 일도 없다고 오히려 비아냥 거리며 말을 했고 김동천소장은 분에 못 이겨 그녀의 빰을 때렸다는 것이 그날 벌어진 일이었다. 마침 그 자리에 같이 있던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이 있어 그 상황을 보게 되었고 그녀가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그를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