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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날들

연재소설 3

by 옆집사람

김서희. 요양병원 간호사.

최부장과 남편을 중매 서 준 사람이다. 그녀는 최부장의 남편이 근무하던 회사의 직원 의무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였다. 그 당시 대리였던 최부장의 남편과는 회사 내에서 꽤 친분이 있는 사이였고 그는 보험영업을 하러 온 최부장을 보고는 만나게 해달라고 졸랐다고 한다. 김서희는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고 만난 지 석 달 만에 둘은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이렇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때때로 음료수 같은 것을 사들고 오기도 했고 김서희도 둘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어 뿌듯하기도 했다.

결혼하고 영업소장이 되던 그즈음 그녀는 김서희를 찾아오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 그녀는 임신한 상태였고 다니는 것이 힘들다고 와서 쉬어가겠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녀가 결혼하고 일 년쯤 지났을 때였다. 수십 건의 보험료가 체불되었다고 통보를 받게 되었는데 보험료만 체불된 것이 아니라 보험담보 대출 금액이 수천만 원이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회사 내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 미혼인 그녀가 어떤 유부남과 불륜관계여서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보험대출을 확인하기 위해 최부장과 그 남편인 이대리에게 연락을 했지만 어느 쪽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소문 때문이었는지 빚을 갚기 때문이었는지 잘 알 수 없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사라져 버린 그녀가 불안증과 신경쇠약으로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았고 몇 년 전에야 겨우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지방도시의 어느 작은 요양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소재를 알고 있는 사람도 만났다는 사람도 없었다.



강영철. 최부장과 같이 일하던 직원인 배영숙의 남편.

배영숙은 최부장이 본사로 옮기고 맡은 부서에서 같이 일하던 직원이다. 자료의 조사나 정리 같은 것을 위해서 개인 비서처럼 일을 시켰고 그녀가 한 일은 모두 최부장의 이름이나 능력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밤샘작업도 일쑤였고 대신 술접대에도 불려 나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유방암이 발병했다. 치료가 시급했지만 최부장은 시키는 일을 줄여주지 않았고 어떤 날은 치료를 가야 하는데 일부러 불러서 다른 사람의 일을 맡기기도 했다. 방사선치료로 힘들어하는 배영숙에게는 막말과 모욕이 끊이지 않았고 자기가 아는 다른 사람은 그 치료가 하나도 안 힘들다고 하던데 너는 왜 꾀병을 부리냐고 했다고 한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치료에 전념했지만 사망하고 말았다. 강영철은 배영숙이 사망한 후에 찾아와서 너도 똑같은 병으로 죽게 될 거라고 소리쳤고 그런 사람을 경찰에 신고한 일도 있었다.



이창석. 최미영의 남편.

한때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꽤 큰 회사에 다녔었는데 40대 초반에 모시던 상관이 횡령에 연루되어 해고될 때 같이 퇴사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변변한 일자리를 갖지 못한 채 지내왔다. 다녔다는 회사도 능력이 있었다기보다는 학연으로 이어졌던 상사가 자신의 허드레 일을 주로 시켰고 그 상사 덕분에 10여 년간 다닐 수 있었던 것이어서 그 이후에 어떤 회사에서도 일 년을 버텨내지 못하고 잘리기 일쑤였는데 성격마저 욱하는 편이어서 본인이 그만두고 나온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둘의 사이는 남이 보는 데에서는 금실 좋은 부부의 모습을 보였지만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었다. 내가 없으면 밥도 못 먹었을 거라는 둥 아들을 셋이나 낳아주었는데 가장노릇하나를 제대로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그 짓밖에 없냐는 둥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대놓고 무시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이재옥, 최미영의 둘째 아들

세 아들 중 첫째인 이재승은 얌전하고 숫기가 없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어려워할 만큼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하고 공무원 시험공부를 한다고 주로 영등포의 고시원에 가 있는지 2~3년쯤 되었다. 그런 첫째와 달리 둘째는 아버지와 같이 욱하는 성격이 있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하는 고집도 있어 부모 형제와 부딪치는 일이 많았다. 어려서부터 동네양아치들하고도 어울리고 술 먹고 행패도 부리기가 일쑤였고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부모에게 막말은 물론 집기를 부시는 짓도 많이 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드 행패가 더 심해져서 집에서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워낙 안 들어오는 날도 많아 피해자의 사망소식을 전할 때도 가장 늦게 연락이 되었다고 했다.

셋째 이재형은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피해자의 사망소식을 전해 듣고 가장 먼저 병원 영안실로 달려온 것도 , 낮술에 절어 비틀 거리며 나타나 아버지와 큰 형을 맞이한 것도 ,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는 둘째를 찾아 연락을 한 것도 그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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