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10
수사가 급진전되기 시작했다. 과수대에서 피해자의 옷자락에서 쪽 지문을 찾아냈고 사망 전 다량의 벤조디아제팜계열의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것이 발견되었다.
피해자의 주변에서 지문을 찾기 위해 우선 가족들의 지문과 DNA를 채취하였고 디아제팜을 구입한 사람들에 대한 탐문이 시작되었다. 디아제팜의 구입자는 첫째 아들인 이재승이었다.
이재승은 어려서부터 불안장애가 심해서 계속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증상이 심해진 것은 군생활을 할 때였는데 수혈이 필요 한 사고가 있었는데 그 날이후 더 심한 불안장애로 결국 군대를 제대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도 불안장애와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교회를 다니게 된 것도 그때쯤이었는데 정신적 불안정을 종교적으로 치료해 보려고 피해자가 처음 교회를 데리고 갔다고 하는데 이재승은 어머니와 같이 교회에 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고 그러면서 집을 나가서 따로 생활하게 되었다고 한다.
따로 생활한 이후 거의 집에는 오지 않았는데 지금 다니는 교회를 다니게 된 것은 2년쯤 전이었고 그가 거기에 다니는 것을 알고 피해자도 그쪽으로 옮겼지만 마주치지 않았고 혹시라도 지나치게 되더라고 아는 척하지 않고 지나가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채취된 쪽 지문과 DNA는 이재승의 지문은 일치하지 않았다. 쪽 지문이 살인과 연관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이재승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었다.
“선배님. 이 결과 보셨어요? 피해자 가족 DNA결과요”
“응. 이재승하고 일치하지 않은 거?”
“네. 근데 형제들이 모두 부계가 다르네요”
“뭐야? 난 이재승 것만 봤는데”
“여기 보면 아들 셋이 모두 부계가 다르고 부친 하고는 일치하지 않는 걸로 나왔는데요”
DNA결과 피해자 아들 3명의 부계유전자가 모두 다르게 나왔고 그중 누구도 법적 아버지의 친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들 3명의 친부가 누구인지는 피해자가 사망한 지금 전혀 짐작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찾았다고 해도 이제 와서 살인을 할 말한 뚜렷한 이유가 없어 보였다.
결과를 가족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일단 남편과 아들에게는 공개하기로 했는데 아들과 남편의 반응은 서로 너무 달랐다. 아들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남편은 처음 듣는 것같이 놀라고 있었다.
“ 한 악마가 세상에 나와요. 그 악마는 사람들을 이용하고 이간질하고 싸우게 하죠. 그리고 그 더러운 피를 여러 명에게 뿌려요. 그 피를 이어받은 새끼악마들이 세상을 또 어지럽히는 거예요. 그 더러운 피를 모두 뽑아서 성수로 정화하고 구원받을 수 있도록”
한 사람씩 불러서 결과를 보여주는 자리에서 이재승은 예의 그 악마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요. 어떻게 하면 그 악마를 이 세상에서 없앴수 있을까요?
“ 그 악마를 세상에서 없애는 방법은 그 피를 모두 뽑아 버리고 성수로 닦아 다시는 그 더러운 피가 세상에 퍼지지 못하게 해야 해요”
이재승과는 더 이상의 대화가 불가능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너무 흥분하여 몸을 떨기도 하고 눈을 감고 기도를 하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진짜 악마를 처단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