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11(최종)
“그 공간은 엄마가 형을 위해 준비한 곳이었어요”
“그런데 왜 이재형씨가 계약을 했죠? 그것도 모든 것을 허위로 기재하고”
“엄마가 한 걸 형이 알면 안 되니까요. 그곳에 형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 하셨어요. 다른 곳에선 너무 불안해했고 엄마가 해준 걸 알면 절대 가지 않을 것이니까요”
“그런데 왜 모른 척했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곳인데 어떻게 처음부터 아는 척을 해요? 나도 엄마가 왜 그곳에서 그렇게 돌아가셨는지 알 수도 없는데”
“ 엄마하고 이재승씨는 왜 그렇게 사이가 나쁜 거죠?”
수사의 방향을 가족으로 바꾸고 나서 조사했던 계좌추적에서 계약당일 이재형의 통장에서 계약금액과 동일한 금액이 인출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나서 확인된 것은 그 지하 말고 몇 군데 부동산에서 이재형과 피해자를 알아보았고 둘이 여러 곳을 둘러보았던 것을 알아냈다.
계약했던 지하는 골목에서 조금 벗어나서 조용하고 막힌 곳 없이 트인 곳이라 불안장애가 심했던 이재승을 위해 좋을 것 같아 계약을 하게 된 것이고 처음부터 가라고 하면 갈 것 같지 않아서 교회의 청년회를 위해 먼저 사용할 수 있게 했고 그렇게 장소에 익숙해지면 형에게 원하는 모습을 꾸미게 하려고 했지만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이재승을 그 장소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청년회모임도 오래 계속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재형의 대답과는 달리 이재승은 그 장소에서 교회모임 하는 것을 좋아했고 그 장소를 좋아했었다고 말했다. 그 장소에 더 이상 가지 않게 된 이유는 교회모임이 그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두 형제는 자주 만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엄마하고 이재승씨가 사이가 나빠진 계기가 있나요?”
그 물음엔 또 입을 다물었다.
피해자의 옷에서 검출된 쪽 지문이 이재형의 것과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만 해도 엄마랑 같이 가서 산 옷이라고 우겼지만 결국 옷을 산 가게에서 그 옷은 이재형 혼자 와서 사가지고 갔다는 증언을 해줬고 많은 양의 락스와 알코올을 구매한 이력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던 그의 자백이 시작된 것은 이재승이 결국 심한 조현병과 불안장애로 자해를 한 후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였다. 이재승은 온 몽을 락스와 알코올로 소독한 후 양초로 7군데에 화상을 입힌 후 스스로의 팔에 바늘을 꽂고 피를 뽑아냈다.
사건현장의 망을 뚫고 들어가 피해자가 있던 바로 그 침대에 누워 스스로 그런 짓을 한 것을 지나가던 사람이 어둠 속에 켜져 잇는 촛불을 보고 경찰에 신고를 했고 다행히 늦지 않게 발견해서 응급실로 옮겨졌고 그 이후 정신과적 진단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세 아들의 친부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재승이 군대에서 작은 사고로 치료를 받게 되면서였다. 어려서부터 알고 있던 혈액형이 자기의 혈액형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이창석 최미영부부사이에서는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었고 스스로 해 본 DNA검사결과 친부가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은 엄마에게 물어보자 알 필요 없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자신만 결혼 전에 임신해서 결혼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태어난 해가 결혼 후 2년 후였으니까 그것도 아니었다. 혹시나 해서 다른 형제들 DNA검사를 하게 되었고 결국 세 명이 모두 부계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혼 후에 계속된 불륜이었고 불륜 상대와 자식을 낳은 것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냥 불륜이 아닌 계획적인 불륜이었고 임신을 이유로 상대를 협박해서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어내는 도구였던 것이다. 물론 세명의 부친은 모두 유부남이었고 불륜을 저지는 상대는 그 외에도 서너 명이 더 있었다.
이재승의 친부는 작은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피해자는 불륜과 임신을 핑계로 돈을 요구했다. 둘째와 셋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3형제의 부계가 다른 것을 엄마에게 물어봤지만 돌아온 것은 욕설이었다고 한다. 이재승은 그때부터 심한 불안장애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군대에서 제대 후에는 아예 집을 나가 엄마와는 다시는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둘째의 이재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재형은 그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때가 고등학생이었고 다른 형제들과 달리 차분하게 지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형과 만나면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때 했던 말이 “피가 더럽다”였다.
이재형은 존속 살인으로 송치되었다. 이재욱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