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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들

연재소설(2)

by 옆집사람

그렇게 찾아다니면서 알아낸 것은 가장 일반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이동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버스, 전철 같은.

택시도 아니었다. 그랬다면 그 많은 전단지와 광고를 보고 기억하는 택시기사가 있어야 했다. 택시 회사에도 광고를 붙였고 버스회사에도 전단지를 돌렸다. 그러나 기억한다고 연락 온 곳은 없었다.

일단 도시 밖으로 멀리 나간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어디에도 모습이 찍힌 곳이 없었다. 그래서 근교의 모든 도시를 돌아다녔고 마지막으로 핸드폰의 발신지인 인천항에도 여러 번 가 보았다. 그렇게 몇 년을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다니고 또 다녀서 찾아낸 곳은 인천으로 가는 길 중간쯤에 있는 야산이었다,

5시쯤 전화로 유인해서 전철을 타고 그곳에 와서 버스로 갈아타고 20분쯤 가면 그곳에 야산이 있었다. 그리고 인천항에 가서 핸드폰을 끄고 바다에 버리고 갔다면 마치 9시까지 항구에 있었던 것으로 보일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경찰은 뚜렷한 증거 하나 없는 추정에 의한 의심만으로 수사가 시작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혼자 딸의 행적을 찾던 방혜순은 망상처럼 강윤지의 같은 반 학생이었던 그 남학생에 대한 의구심이 자꾸 들기 시작했다.

왜 처음엔 강윤지를 만난 적 없다고 했을까? 학교 앞에서 만나 책을 빌려주기로 했는데 안 나왔다는 말은 사실일까? 그럼 강윤지는 왜 집 앞으로 오기로 했다고 했을까? 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면 왜 학교 끝나고 바로 만나서 준 것이 아니라 1시간이 지난 후에 만나서 주기로 했을까?

그렇게 시작된 생각은 끝이 없이 이어졌고 생각이 이어질수록 확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것 역시 단순한 의심일 뿐 증거라고 할 게 없었고 처음 수사 할 때에 의미가 없는 것으로 치부되었어서 방혜순의 의심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그저 망상일 뿐이라고 일축하곤 했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그 남학생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였다고 한다. 강윤지는 실종되었는데 마지막 약속이었던 그 학생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강윤지에 대해 생각은 하고 있을까? 아니면 완전히 잊어버리고 즐겁고 행복하게만 지내고 있을까? 그럼 그냥 한번 만나서 그날 강윤지랑 한 통화 내용이라도 다시 들어보고 싶어졌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그는 K대학을 들어갔고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는 갔지만 정신병력이 인정되어 조기제대를 하고 병원에 있었다고 한다. 병명은 조현병.

그 이후에는 뚜렷한 직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은 조그만 게임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회사는 그의 K대학 선배가 새로 차린 회사였다.

그런데 그를 조사하면서 알게 된 것 중에 그의 대학 때 여자 친구 역시 실종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방혜순이 그 사실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찾아다니게 된 때는 이미 대학을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나서 그때 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더군다나 그는 친구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여학생의 실종이 그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학교 게시판 한쪽에 색이 바랜 채 너덜 거리며 붙어 있는 전단지를 보고 무작정 연락을 해보고 나서였다

2010 학번 화학과 재학생이었던 임선미. 일 학년이 끝날 즈음 실종되었다는 전단지였다.

방혜순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전화를 걸었고 임영재, 임선미의 부친이 전화를 받았다.

“우리 애를 아십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그대로 있었다.

임선미. 그와 같은 대학에 다니던 학생이었다. 같은 과는 아니지만 둘은 같은 강의를 들었고 잠깐이지만 사귀는 것처럼 보였고 얼마 안돼서 실종되었다고 한다.

임선미는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 혼자 키운 딸이었는데 대학에 입학하고 일 년 만에 실종된 것이다.

아버지인 임영재는 임선미를 찾기 위해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전단지를 돌리고 찾아다녔다고 하는데 딸의 행방에는 아무런 단서도 찾아낼 수 없었다.

알아낸 것은 실종되던 날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집에 와서 책을 두고 편한 복장으로 다시 나갔다는 것뿐이었다.

집에서 나가는 장면이 찍힌 골목 앞 CCTV 영상이 있었지만 버스를 타고 떠나는 것 이외에는 어떤 행적도 더 얻어 낼 수는 없었다. 그녀가 타고 떠난 버스는 외곽으로 나가는 노선이었는데 어디에서 내렸는지에 대한 자료도 얻을 수 없었다고 한다.

임영재는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고 수도 없이 많이 그녀가 갔을 만한 곳을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짐작이 갈만한 곳이 없었고 아무런 단서가 나오지 않았고 단순가출로 경찰에서의 수사도 종결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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