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란, 1997제작, 2001개봉, 감독: 마지드 마지디
최근 너무 상업적인 영화에만 길들여져 있는 우리반 녀석들에게 어떤 영화를 보여주면 좀 더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가슴 따뜻한 교훈을 전달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던 요즘
어딘가 중동스러운, 이국적인 마스크를 가진 소녀의 아련한 표정이 담긴 썸네일 때문이었을까?
평소라면 절대 누를 것 같지 않던 확인 버튼을 홀린 듯 눌러버렸다.
알고 보니 1997년 작품. 꽤 오래전에 나왔던 영화였는데 왜 난 보지 못했을까?
제목 그대로 세상에 이런 아이들이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그들의 삶은 너무도 버겁고 무거운 가난에 찌들어있다. 가난이라는 비정한 현실 앞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남매의 순수성이 그토록 빛나는 것은 바로 이토록 극명한 현실과 순수함의 대비효과 때문은 아니었을까?
#1.
심부름을 나온 알리가 동생의 구두를 수선하고 야채 가게에서 야채거리를 사는 도중 우연찮게 구두를 잃어버리는 것으로 이야기의 최초 전개가 시작된다. 어쩔 줄 몰라 두려운 알리는 부모님께는 이 사실을 감춘 채 동생에게 사실대로 잘못을 이야기 하고 눈물을 흘리는 동생을 달래려 자신의 새 연필을 건넨다.
남매로 자랐던 나는 남동생이 하나 있다. 어릴적 남매, 자매, 형제지간 사이에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게 마련이다. 나도 이와 비슷했던 경험이 있었던 것 같지만 제대로 된 기억은 나질 않고 다만 알리가 동생에게 건냈던 연필 같이 미안한 마음에 무언가를 해 주었던 감정만 어렴풋이 남아있다.
누군가를 위해 나의 아끼는 무언가를 내 주었던 기억. 최근에는 있던가?
좀 더 의미있는 인생을 위해 나는 무슨 실천을 하였을까?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낡은 분홍 구두가 자꾸만 어른거린다.
#2.
신발이 없는 동안 알리와 자라는 한 켤레의 운동화로 번갈아 신어가며 오전반, 오후반 수업을 듣는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신발을 사 줄 수 없는 상황임을 알기에 두 어린이들이 짜낸 자구책인데 대견하면서도 짠하다. 그 사이에 여러가지 신발에 얽힌 우여곡절들을 겪는다.
어느날 우연히
동생 자라는 학교에서 자신의 신발을 신은 학생을 발견하게 된다. 오빠와 함께 그 집을 찾아간 남매는 골목 어귀에서 그 집에 살고 있는 아이의 형편을 보고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뒤돌아 나오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두 남매 사이의 공유된 마음의 소리가 이 영화를 볼 우리반 녀석들에게도 소리 없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3.
학교에서 마라톤 경기가 열리게 된다. 3등 부상이 운동화였기 때문에 자라는 동생을 위해 3등만을 노리고 달렸지만, 결과는 1등.
원치 않은 1등을 하게 된 알리는 슬프다.
하염없이 눈물만을 흘리는 알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오빠와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동생의 마음.
그들의 마음 안은 이미 천국이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 보이는 부르튼 알리의 발 주변을 맴돌아가며 어루만지는 듯한 금붕어들은
이 착한 소년의 고단함을 위로하고,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천사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