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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May 06. 2023

D+24 수육&무생채

오늘도 역시 다양한 다이어트 레시피 검색에 따른 알고리즘으로 올라온 누군가의 유튜브 채널을 보고 즉흥적으로 집에 있는 통삼겹을 삶아 수육을 만들어 보기로 한다.

원래는 에어프라이기에 구워 기름기를 쏙 뺀 삼겹살구이를 먹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물에 한번 삶아 낸 수육이 훨씬 기름기가 덜 할 것 같아 처음으로 도전!


1) 먼저 돼지고기 통삽겹이나 앞다리살로 준비한다. 야들야들한 식감을 원한다면 통삽겹을, 조금 퍽퍽하지만 기름기가 적은 부위로 먹고 싶다면 앞다리살을 추천한다.

핏물을 적당히 빼고 미리 후추를 뿌려 잡내를 제거한다.

2) 그 사이 밑재료를 준비한다. 대파 적당량과 통마늘, 그리고 사과 한 개를 큼지막하게 썰어 곰탕 냄비에 팍팍 넣는다.

3) 양파 한 개도 썰어 투척

4) 야채만 한가득이 되어버린 냄비 위에 가지런히 고기 두 덩이를 얹어놓고

5) 한방의 풍미와 색깔을 내기 위한 쌍화차 한 병도 털어 넣는다. 은근 한 병 양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좋은 재료는 다 들어가서 풍미가 진하게 올라온다.

6) 그리고 잡내를 한 번 더 잡기 위한 맛술도 반 컵 넣어준다. 계랑은 대략 눈대중으로 했다.

7) 그리고  양조간장 크게 한 스푼 넣고 끓인다.

8) 월계수 잎은 있으면 넣고 없으면 패스 가능. 그래도 넣어주면 은은한 향이 올라온다. 고기는 이런 작은 디테일의 차이가 큰 결과로 오는 것 같다. 사소한 재료라도 그 맛이 고기 안에 다 배어든다.

9) 모든 재료가 다 들어갔으면 팔팔 끓을 때까지 강불로 끓이다가 중간에 고기가 잠기도록 한번 뒤집어 준다. 채수가 나와 중간에 따로 물을 넣어주지는 않았다. 고기를 뒤집고 다시 팔팔 끓으면 약불로 30분쯤 뭉근하게 졸이듯이 삶는다.

10) 수육이 만들어지는 동안 무생채를 만들어본다. 어쩐 일인지 제주무가 애매하게 남아있어서 냉장고 파먹기 실시!

사실 수육을 삶기 전에 채소 손질을 하면서 무도 네모나게 썬 후 채를 친다. 이때 너무 얇게 치지는 않았다.

10) 갑자기 무가 빨개져서 놀라셨는지 모르겠다.

중간 과정이 정신이 없어 생략되었는데 썰어 둔 무 채에 소금을 끼얹어 골고루 버무려 수육이 익을 동안 40분쯤 두면 물이 생기면서 말랑말랑해진다.

물기를 조심히 빼고 여기에 고춧가루 2 스푼을 넣고


11) 남해에서 사 온 멸치 액젓도 조금 쪼르륵

12) 설탕과 다진 마늘도 조금 넣어주면 좋다. 마무리는 통깨

13) 다 익은 수육을 보면 이렇게 기름기가 둥둥 떠있다. 그만큼 기름기가 많이 빠져나와서 뭔가 죄책감이 덜어지는 기분이다. 고기만 건져 올려서 한 김 식힌 뒤 가지런히 썰어 낸다.


14) 알배추와 청양고추까지 곁들여 한 상 금방 뚝딱


15) 함께 만들어 놓은 무생채가 신의 한 수였다. 역시 고기는 채소와 곁들여야 궁합이 제대로다.



내가 손이 더 많이 간만큼 더 맛있는 밥상이 만들어지는 것은 진리인 것 같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 첫째는 귀찮아하지 않고, 나를 위해 나의 수고를 기꺼이 기울이는 것이다.

시간을 들여서 건강하게 먹고,

시간을 들여서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시간을 들여서 나의 정신과 마음을 돌보는 행위에 게을러지지 말자.


나보다 어른들이 이 말을 들으면 피식 웃겠지만

나이 마흔이 되니 부쩍 느껴지는 피로감과 소화불량, 노화에 의한 다양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 너무 팔팔하게 살았으니 이제는 나의 정력과 체력을 낭비하지 말고 아끼며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헬스장 러닝을 하며 처음 느낀 오른쪽 무릎의 시큰함이 날 각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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