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발달할수록 삶은 편해진다.
가끔은 너무 편해서
이 모든 게 감사하다기보다,
그저 당연한 듯 흘러가는 날들이 있다.
나는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다.
뜨거운 물이 순식간에 나오고,
버튼 하나로 세상과 연결되고,
몸의 고통은 약으로 덜 수 있고,
정보는 넘칠 만큼 흘러넘친다.
신체적으로는
분명 과거의 그 어떤 시대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런데 가끔 문득,
정신적으로도 그런가?
하는 의문이 스치곤 한다.
며칠 전,
오랜만에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를 봤다.
강물이 흐르던 그 시절의 시간,
지금보다 느렸고, 덜 편했고, 더 불편했지만
사람들의 표정엔 어떤 단단함이 있었다.
삶은 쉽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어딘가 깊었다.
그 시대에도 장점과 단점은 있었겠지.
지금도 마찬가지고.
모든 시대는 그 나름의 조건값을 가지고 있다.
문명의 발달이 곧 충만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시대와 얼마나 공명하냐'일지도 모른다.
같은 환경이어도
누군가는 잘 맞아서 깊이 뿌리내리고,
누군가는 늘 이질감을 느끼며
표류하듯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과거의 느린 삶과 더 잘 어울렸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지금의 빠른 세상에서 더 빛을 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시대에 잘 맞는 사람일까?
아니면,
예전 어느 시절의 강가에서
낚싯줄을 드리우며 조용히 살아갔어야 했던 사람일까?
생각해 보면,
정답은 없다.
단지,
지금 이 시대에 살아가기로 선택된 내가 있을 뿐.
이 시대의 조건 안에서,
어떻게 나답게 살아갈지를 매일 묻는 사람.
아마 나는,
조금은 이질감도 느끼고,
조금은 감사함도 느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그게 꼭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
그걸 인정하는 데서부터
충만함은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