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에서 만드는 나만의 마침표
사람은 본능적으로, 상처를 준 이가 마침표를 찍어주길 바란다.
그들의 입에서 “미안해”라는 짧은 문장이 나오면,
우리는 마음의 서랍을 닫고,
서류를 정리하듯 사건을 정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삶의 많은 장면에서, 그 마침표는 끝내 오지 않는다.
그들은 사라지고, 남겨진 건 불완전한 문장과 공백뿐이다.
침묵은 잔인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문을 완전히 닫지 않기 때문이다.
살짝 열린 틈 사이로 우리는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그 문 안으로 들어간다.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의 불이 꺼졌는지 확인하려는 듯,
끝난 일을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이건 확인이 아니라 집착이며,
그 집착은 상대가 아닌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결국 우리는 혼자서 마침표를 찍는 법을 배워야 한다.
대답 없는 질문들과,
어디에도 닿지 못한 문장들 속에서
자기 자신을 설득하고 달래는 일.
그건 결코 한 번에 되는 일이 아니다.
조각난 마음을 맞추는 작업은
시간과 인내, 그리고 자신에 대한 연민을 요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것은 ‘용서’다.
그들이 사과해서가 아니라,
그 사과 없이는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침표를 찍는 순간, 그 관계는 더 이상 우리의 현재를 규정하지 않는다.
삶에서 닫히지 않은 문은 늘 존재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앞에서 서성이지 않는 것,
그리고 언젠가 조용히 돌아서서 자기만의 길을 걷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문이 닫히든 열려 있든 상관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