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의 깊이와 해석의 기준
우리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수많은 기억들이 스쳐 간다.
어떤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고,
어떤 기억은 흐릿해졌으며,
어떤 기억은 이유 없이 무겁다.
하지만 우리가 그 기억들을 떠올릴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사건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을 해석한 방식,
즉, ‘내러티브(narrative)’ 때문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은 놓치고 산다.
1. 얕은 이야기와 깊은 이야기
어떤 사람은 자신의 과거를 이렇게 요약한다.
"나는 운이 나빴어."
"나는 항상 상처받는 쪽이야."
"나는 늘 외로워."
이런 문장은 너무 단순해서
삶의 복잡성과 정교함을 담아내지 못한다.
마치 거대한 영화를
한 줄짜리 메모로 요약하는 것처럼.
이것이 ‘얕은 내러티브’다.
해석은 있지만, 깊이가 없다.
통찰은 없고, 반복만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같은 기억을 이렇게 바라본다.
"그때 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몰랐다."
"나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내가 원한 건 인정이 아니라 이해였던 것 같다."
이런 해석에는
자신에 대한 애정, 거리감, 통찰이 있다.
이것이 ‘깊은 내러티브’다.
2. 우리는 왜 얕은 이야기로 살아갈까?
왜 사람들은 얕은 이야기로 자신을 설명하려 할까?
그것이 더 쉽고, 덜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깊은 이야기는 반드시
‘자기 책임’의 영역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렸고, 몰랐지만”
이라는 말 뒤에는
“이젠 다르게 살아가고 싶다”는 뜻이 숨어 있다.
즉, 내러티브의 깊이는
삶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자세와 맞닿아 있다.
3. 해석의 기준은 어디서 오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삶을 해석할 때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할까?
첫째, 정직함이다.
자신의 감정과 기억에 솔직해져야 한다.
그때 정말로 느낀 감정, 숨긴 상처, 말하지 못한 욕망들까지.
둘째, 거리감이다.
너무 가까이서 보면 왜곡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멀리서 보는 연습.
마치 친구의 인생을 조언하듯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셋째, 연결성이다.
사건과 사건, 기억과 감정,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찾아보는 일.
이것은 통찰로 이어진다.
그 기준 위에 해석을 올리면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노예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쓰는 작가가 된다.
4. 글쓰기와 내러티브의 치유력
그래서 글쓰기는 중요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정렬하는 작업이다.
말로는 흐릿했던 감정이
글로 쓰는 순간 명확해지고,
혼란스럽던 기억이 하나의 선으로 엮인다.
글쓰기 속에는
얕은 내러티브를 벗어나
깊은 내러티브로 들어가는 힘이 있다.
삶을 바꾸고 싶다면,
기억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바꿔야 한다.
그 이야기의 깊이가,
당신 삶의 깊이를 결정한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이야기의 문장을
한 줄 더 천천히 써보자.
그리고 조용히 물어보자.
“나는 지금, 어떤 이야기 속에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