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했지만, 독립 못했습니다 - 방글라데시

엄마의 눈으로 읽는 세계

by 왕만보

2024년 8월 방글라데시에서는 대홍수가 나 수백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방글라데시는 홍수가 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인도양으로 나가는 커다란 강들이 지나고 있어 원체 물이 많은 데다가, 산을 포함하고도 방글라데시의 평균 해발고도가 12m밖에 안 될 정도로 지대가 낮아 홍수에 취약하다.


스크린샷 2025-05-16 145051.png 강이 많은 방글라데시


물부족으로 시달리는 나라들이 많은 상황에서 물이 풍부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방글라데시로 들어오는 갠지스강, 티스타강 등 모든 강이 인도를 통해 들어오는 상황이라 인도의 결정에 따라 방글라데시는 건기에는 가뭄을 겪고 우기에는 홍수를 겪고 있다.


인도가 댐을 건설해 건기에는 수문을 닫고 우기에는 수문을 개방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인도의 갠지스강은 오염 문제가 심각한데, 그 물이 흘러들어와 방글라데시는 오염된 물로 인한 피해 또한 보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 시기에는 갠지스강으로 시체들이 흘러 내려와 쌓이기도 했다.



독립하지 못한 독립국



방글라데시는 열심히 독립을 해온 나라다.


영국의 식민지 인도제국에서 동파키스탄으로, 동파키스탄에서 방글라데시로, 피로써 값진 독립을 이뤄냈다.


하지만 현실은 인도에 종속돼 있는 상태다.


독립했지만 여전히 독립하지 못한 방글라데시, 이 문제는 지리적 여건에서 기인한다.


방글라데시의 지도를 보면 인도가 방글라데시를 감싸고 있는 모양새로 90%가 넘는 국경이 인도와 맞닿아 있다.


qq.png 방글라데시를 덮고 있는 인도 땅


벵골만에 치타공항구가 있어 바다를 통해 나가면 되지만 이 또한 인도 앞바다를 지나야 하기에 인도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방글라데시에서 오랜 기간 독재해 왔던 아와미 연맹의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인도와 좋은 관계를 맺어 왔고, 인도가 댐 건설을 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않았다.


물 문제는 농업 국가인 방글라데시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인도와 아와미 연맹의 관계에 지속적으로 불만이 쌓였을 것이다.


결국 공무원 쿼터제가 도화선이 되어 아와미 연맹과 하시나 총리는 퇴진했고, 현재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가 고문으로서 임시정부를 맡고 있다.


2025년 5월 초 인도의 모디 총리와 유누스고문은 방콕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수자원 배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알려진다.



인도에게도 생존의 문제



하지만 이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인도가 댐을 지은 것도 결국에는 자국민들의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됐던 갠지스강의 파라카댐과 티스타강의 가졸도바댐은 인도 서벵골 지역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기반시설이다.


2024년 기준 방글라데시의 1인당 GDP는 2,700달러로 인도의 1인당 GDP 2,500달러보다 높다.


인도는 대국이지만 여전히 가난한 나라다.


그런 인도 내에서 서벵골 주는 경제적으로 중간 수준에 위치해 있는데, 콜카타 같은 대도시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서벵골 내 농촌의 경제 상황은 상당히 열악하고 파라카댐과 가졸도바댐이 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벵골 주는 인도 내에서 인구가 세 번째로 많은 주이기도 하고, 실리구리 회랑이라는 주요한 길목이 서벵골 내에 있어 인도 정부 입장에서는 중요한 곳이다.


www.png 닭모가지처럼 생긴 실리고리 회랑, 인도 동부와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협력이 절실한 문제



그렇기에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갠지스강 물 조약을 맺었지만 인도가 조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인도에게도 방글라데시에게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양국 간의 협력이 중요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세계은행이 중재해 준 인더스강 물 조약은 비교적 잘 지켜오던 인도가 중재 없이 양국 간 맺은 갠지스강 물 조약은 잘 지키지 않는 것을 보면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문제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방글라데시는 해발고도가 낮은 나라인만큼 기후 변화에도 취약한데 해수면 상승 문제로 바닷물이 농지에 침투하고 땅이 침수되는 등 기후 문제를 정면으로 맞닥뜨린 나라 또한 방글라데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방글라데시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후 변화로 가장 이득을 본 나라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카슈미르 분쟁에서 인더스강 물 문제에 대해 다룬 적이 있는데 인도에서 갈라져 나간 동파키스탄(현 방글라데시)과 서파키스탄 모두가 인도와 물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을 보니 운명의 장난인가 싶기도 하다.


서로 덜 미워해서 영국에게서 독립할 때 한 나라로 독립했다면, 물 분배가 잘 이루어져 국민들의 고통이 덜어졌을까?


의미 없는 가정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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