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저녁마다 작은 병에 들어 있는 '술'이라는 걸 마신다. 투명한 잔에 따라 마시고는 "후..." 하면서 아주 시원한 얼굴을 한다. 나는 그게 참 궁금하다. 왜 저렇게 맛있는 걸 나한테는 한 번도 안 주는 걸까?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특별한 맛이 나나?
술이 들어 있는 병은 반짝거리고, 그 안의 액체는 꼭 물 같기도 하지만, 물은 아닌 것 같다. 아빠가 한 번 나에게 "어른이 되면 알게 돼"라고 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일까? 어른이 되면 무조건 '술'을 좋아하게 되는 걸까?
가끔 아빠는 술을 많이 마시면 웃음이 많아지고, 얼굴이 빨개진다. 엄마는 그런 아빠를 보고 고개를 젓지만, 나는 그냥 신기하다. 웃는 아빠를 보니까 더 좋은 거 같은데, 엄마는 왜 걱정을 할까?
술은 마치 비밀 같은 것 같다. 어른들만 아는 비밀. 나는 어른이 되면 이 비밀을 알게 될까? 아니면 어른이 되기 전에 살짝 맛만 보면 알 수 있을까? 그런데 만약 술을 마시고 내가 아빠처럼 웃게 된다면, 엄마는 나도 걱정할까?
어떤 날은 술이 아빠를 웃게 하지만, 또 어떤 날은 술이 아빠를 울게 한다. 그날 밤도 그랬다. 아빠는 작은 병에서 술을 꺼내 마시더니, 갑자기 눈이 빨개지고, 얼굴도 시무룩해졌다. 처음에는 그냥 잠깐 그런 줄 알았는데, 아빠는 한참 울기만 했다. 마치 내가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을 때처럼, 크게 소리 내지 않고도 계속 흐느꼈다.
나는 옆에서 아빠를 가만히 바라봤다. 아빠는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주 작아 보였다.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술이 아빠를 울게 하는 건지, 아니면 아빠가 원래 슬퍼서 술을 마신 건지, 아이인 나는 알기 어려웠다. 아빠가 왜 우는지 묻고 싶었지만, 뭔가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엄마는 아빠 곁에 앉아 아무 말 없이 등을 토닥였다. 나도 엄마처럼 아빠에게 다가가서 등을 두드려주고 싶었지만, 뭔가 내가 해도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방으로 돌아와 조용히 문 틈 사이로 아빠를 지켜봤다.
그날 밤 나는 혼자 생각했다. 술은 어른들에게 무슨 마법을 걸어주는 걸까? 왜 술은 때로 아빠를 웃게 하면서, 또 때로는 이렇게 슬프게 만드는 걸까? 술 속에는 도대체 어떤 비밀이 들어 있을까?
아빠가 웃는 얼굴이 더 좋았는데, 술은 아빠를 왜 울게 했을까? 나는 그게 참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