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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8)

24, 늦가을

by 이문웅

비 내리고

차가운 거리

일 년 내 울던

까마귀 잠시

몇 마디 하다

추운 건지 힘든 건지

너무 조용한

아침


몇 년이 가도

손님은 쿠팡뿐

티브이도 없는 방안

투두둑 거리는

스마트폰 소리만

고독한 방안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며

혹시나 하는

이상이 생기지 않게

이불속에서 꼼지락

그렇게 비 내린

스산한 아침


바람은 쉬어가지

머물지 않는다면서

젊은 날 휘젓던

호기에 피식 웃으며

어젠 세탁기도 쉰탓인지

천장에 그림


너는 늙어봤냐

나는 늙어봤다가 괜히

싫어지고 크리스코넬의

죽음을 아쉬워하며

유튜브를 검색하다

더 고상한 피아노의 선율을

뇌 속에 주사


지긋지긋한 민족놀이가

아직도 세상을 오염시킨 채

나치의 아들들처럼

머릿속은 뻘건 애들이

애국자가 되어있는

비정상 공동체


지구 인구 엔 분의 일

어디에도 내리는

비가 아니기에

누구나가 아닌

나를 온전히 지켜

나의 영원한 죽음으로

가는 하루에

영원한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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