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민규와의 만남으로 무리했는지 몸이 약간 피곤했지만, 진아는 아침부터 상쾌한 기분이었다. 특히, 소원베개에서 푹 자고 난 덕분인지 몸도 마음도 가볍게 느껴졌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약수터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제보다 한결 경쾌했다.
약수터에 도착한 진아는 잠시 숨을 고르며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다.
‘운동을 하겠다며 결심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내가, 이렇게 꾸준히 새벽 운동을 하고 있다니!’
진아는 가슴 한쪽에 뿌듯함이 차올랐다.
약수터를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그녀의 밝은 표정을 보고 미소를 보였다.
"요즘 계속 나오시네요!"
어떤 할머니가 말을 걸었고, 진아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네, 올해는 건강도 챙기고 마음도 단단해지려고요."
진아의 밝은 모습은 새벽의 공기처럼 맑았다.
사무실에 가장 먼저 도착한 진아는 평소보다 활기차게 청소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른 아침부터 고생 많으세요!"
청소 아주머니는 진아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유 기자님,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평소엔 이렇게까지 밝지 않으셨잖아요."
진아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요!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아서요."
이어 진아는 경비 아저씨와 요구르트 아줌마에게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힘드시죠? 오늘도 파이팅 하세요!"
인사를 받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서로를 쳐다봤다.
"유 기자님, 오늘 무슨 특별한 날인가요?"
"글쎄요, 평소랑 다른데?"
진아는 그들의 반응을 뒤로하고 사무실로 들어섰다.
편집회의가 시작되자 국장이 진아에게 물었다.
"유 기자, 그 음악 고수 찾는 거 어떻게 돼가?"
진아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장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그래? 이번에도 괜히 허탕 치는 건 아니겠지? 지난번처럼 이상한 사람 데려오면 안 된다?"
진아는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이번에는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국장은 진아의 대답에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가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올 때가 제일 무섭더라. 아무튼, 언제 기사로 낼 수 있을지 기획서를 빨리 제출해."
진아는 크게 대답했다.
"넵! 알겠습니다, 국장님!"
회의실의 모든 사람들이 진아를 바라봤다. 그녀의 지나치게 밝은 태도가 평소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아는 여전히 활짝 웃고 있었다.
회의가 끝난 후, 국장은 진아만 남기고 다른 사람들을 내보냈다.
"유 기자,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에 사장님이 오신다는데 알고 있나?"
진아는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사장님이요? 아니, 크리스마스 파티는 우리끼리 사적으로 즐기던 자리 아닌가요?"
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맞아. 그런데 이번에 사장님께서 우리 부서 예산을 지원해주겠다고 했어."
진아는 더욱 놀라며 물었다.
"예산이요? 갑자기요?"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어. 사실 나도 사장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 보통 부문 부사장이 다 알아서 처리했으니까."
진아는 생각에 잠기다가 물었다.
"그래서요? 제가 뭘 하면 되나요?"
"장소가 문제야. 우리 부서 식구들이 다 들어갈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하는데, 아직 마땅한 데가 없어."
진아는 문득 어제 민규가 소개해준 그 카페가 떠올랐다.
벽면을 가득 채운 LP판들과 음악이 울려 퍼지는 공간이 딱 적당할 것 같았다.
'그래, 그곳이라면 분위기도 좋고, 공간도 충분히 넓어!'
진아는 눈빛이 반짝이며 말했다.
"국장님, 제가 좋은 장소 하나 알아볼게요!"
국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진아를 바라봤다.
"어디인데?"
"확실해지면 바로 보고드릴게요!"
진아는 자리로 돌아와 민규와 연습실 멤버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민규 씨, 우리가 다시 이렇게 이어지다니.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을 거예요.'라고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