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는 오늘도 택시의 시동을 걸며 하루를 시작했다. 차 안은 음악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의 작은 MP3 플레이어에는 수백 곡의 재즈와 록, 그리고 가끔은 블루스가 저장되어 있었다. 그는 손님을 기다리며 음악의 첫 소절이 시작되는 순간, 자신의 머릿속에서 이미 기타의 애드리브를 상상하고 있었다.
“탁... 탁...” 신호등 앞에서 리듬에 맞춰 운전대를 두드리던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솔로 연주를 흉내 내고 있었다. 창밖에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거리의 공기는 여전히 코로나의 그림자로 가득했다. 그는 차창 너머로 보이는 텅 빈 거리들을 응시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언젠간 내 기타 소리가 이곳을 울리겠지...”
가끔씩 손님을 태울 때마다 그는 라디오를 조용히 틀어두었다. 하지만 손님이 내린 후에는 그가 좋아하는 곡들로 교체했다. 음악은 단순히 배경 소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언어였고, 꿈이었다. 기호에게 택시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 세계를 구상하고 확장해 가는 작은 스튜디오였다.
엔진이 울리는 고요한 도시의 한복판, 나연은 오토바이를 타며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갔다. 신호등에서 멈출 때마다 헬멧 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녀의 노래는 도시의 침묵을 깨뜨렸다.
“랄랄라~!” 그녀는 음악의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며 오토바이를 리듬에 맞춰 기울였다.
배달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그녀는 가끔씩 공원에 들렀다. 공원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음악 영상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저 무대... 저곳에 내가 설 수 있을까?” 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이며 기타 줄을 튕기는 동작을 따라 했다.
“언젠가 이 거리도 내 목소리로 가득 차겠지.” 나연은 오토바이를 다시 타며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도로는 그녀에게 단순히 이동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그녀만의 음악 스튜디오였고, 도시의 소음은 그녀만의 관객이었다.
수현의 하루는 도시가 잠든 자정부터 시작되었다. 청소 도구를 들고 사무실에 들어서면 그는 자신의 음악적 생각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밀대를 밀면서 바닥을 반짝이게 만드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새로운 베이스 라인이 떠올랐다.
“덤... 덤덤... 덤... 덤...” 손목의 움직임이 리듬과 맞아떨어지는 순간, 그는 상상의 스튜디오 안에 있는 자신을 느꼈다.
쉬는 시간, 그는 구석에서 작은 스피커로 음악을 틀었다. 볼륨을 줄였지만, 그 멜로디는 그의 세계를 가득 채우기에 충분했다. 그는 눈을 감고 손가락을 공중에 움직이며 상상의 기타를 연주했다.
“여기에 조금 더 파워풀한 베이스를 넣으면 좋겠어...” 그는 자신만의 연주를 완성해 가는 듯, 미소를 지었다.
퇴근길, 그는 머릿속에서 떠오른 멜로디를 잊지 않기 위해 작은 공책에 음표를 그리며 메모했다. 음악은 그에게 새벽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그의 삶을 움직이게 하는 연료였다.
나연의 친구이자 음악 동료인 재민은 바쁜 카페에서 하루를 보냈다. 머신이 내뿜는 스팀 소리, 컵의 부딪히는 소리, 주문을 외치는 목소리가 교차하는 그곳은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재민에게는 그 모든 것이 음악이었다.
“쾅... 치익... 쨍그랑...” 그 소음들은 재민에게 있어 완벽한 비트였다. 커피를 내리며 그는 머릿속에서 새로운 리듬을 떠올렸다. “여기에 슬라이드 기타를 넣으면 멋질 텐데...” 그는 손끝으로 컵을 잡으면서도 손목의 리듬을 잃지 않았다.
퇴근 후, 기타를 손에 쥐고 그는 진짜 세상으로 들어갔다. 그의 방은 작았지만, 그의 상상은 무한했다. “이건 내일 더 다듬어야겠어.” 그에게 기타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그의 목소리였고, 그의 하루를 완성하는 열쇠였다.
미나는 주방의 설거지 소리와 함께 자신만의 멜로디를 만들어갔다. 아이가 잠든 밤이면, 그녀는 작은 스피커를 켜고 음악을 틀었다. 주방의 소음은 그녀만의 리듬 섹션이었고, 그녀의 목소리는 그 위를 타고 흐르는 멜로디였다.
“내 목소리, 저기 녹음실에서 들릴 수 있을까?” 그녀는 설거지 중에도 손가락으로 작은 기타를 치는 흉내를 내곤 했다. 아이의 방에서 들리는 고른 숨소리가 그녀에게 힘을 주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그녀의 상상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기타를 들고 앉아 노래를 부를 때면, 그녀는 모든 것을 잊었다. 주방은 그녀의 무대였고, 그녀의 목소리는 그곳에서 자유로웠다.
그들은 아직 서로 만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도시의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음악을 향한 열망은 그들을 조용히 연결하고 있었다. 택시, 오토바이, 사무실, 카페, 그리고 작은 방. 그 모든 조각들이 운명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기 위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