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한가요?

건봉사 템플스테이

by 리미

건봉사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다. 고성 시내를 벗어나 마을길을 따라 산속으로 한참 들어와야 건봉사가 나오지만, 진신사리를 보러 순례를 온 사람들로 사찰이 북적였다.


건봉사는 규모가 꽤 큰 절이었다. 하지만 6.25 전쟁으로 왕소나무와 불이문을 제외하고 전부 불에 타 그 이전 모습은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1900년대 초 스님들의 사진으로 당시 이곳이 얼마나 큰 규모였는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사찰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터만 남은 곳과 복원 중인 건물도 볼 수 있었다.


건봉사 템플스테이는 전부 자유일정이었다.

첫째 날, 아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절을 둘러보았다. 입구의 작은 박물관부터 사찰의 건물들, 국가보물인 능파교까지 볼 곳이 참 많았다. 절 한쪽에는 작은 샘이 있었는데 임진왜란 당시 700여 스님들의 식수를 공급해 주었던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건봉사에서 꼭 보고 가야 할 진신사리를 보러 갔다. 이 사리는 마음 상태에 따라 사람마다 색이 다르게 보이고 소원을 잘 들어주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저녁 6시가 되니 이미 해가 져서 캄캄해졌고 조명도 밝지 않아 밖을 돌아다니기는 쉽지 않았다. 저녁 공양 이후에는 방 안에 비치되어 있는 책을 보다 일찍 잠에 들었다.


둘째 날도 자유일정이었다. 하지만 치아사리가 있는 곳에서 108배를 한다는 말을 듣고, 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에 머물면서 좋은 에너지도 받고 내 소원도 빌고 싶었기 때문이다.


108배를 하면서 보는 문구들은 대부분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을지 쓰여 있다. 하루하루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가면 좋을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면 행복할 수 있을지 말이다.


생각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건 이전부터 느껴 왔지만 그걸 바꾸기가 참 쉽지 않다. 특히 행복하다는 사람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언젠가 에콰도르에서 온 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다. 여러 이야기를 하던 중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에콰도르에서는 길을 가면서 핸드폰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위험해. 하지만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아가. 한국은 살기 너무 좋은 나라인데 사람들이 왜 행복하지 않은지 모르겠어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누군가 보기에는 좋은 환경에서 지내고 있지만 나에게 행복하냐 물으면 난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었다.


'행복'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모두가 가는 길을 따라가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길을 가면 갈수록 너무 지쳐만 갔다. 내가 있는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걸까?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난 내 일상에서 아직 충분한 만족과 기쁨이라는 것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사람들은 언제,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낄까.
나는 그 답을 알고 싶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뷰 영상에서, 책 속에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누군가는 맛있는 식사 한 끼가, 누군가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걷는 시간을, 또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행복'이라 말했다. 일상 속 소소한 기쁨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말한 행복의 순간들은 나에게 기쁨을 주지 못했다. 같은 상황 속에서 나는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문제는 나의 일상이 아니라, 나의 마음가짐에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너무 바깥만 바라보며 행복을 찾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108배가 끝난 뒤 나는 치아사리를 바라보며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