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르트 박스를 버리며
마트를 다녀와서
식료품을 정리한다
나란히 정렬된
요거트를 꺼내고
요거트가 나란히 담겼던
박스를 익숙하게 접어
버린다
문득...
그릭 요거트가
먹음직스럽게
꾸덕하게
흘러내리는 그림이
눈이 들어온다
어느 회사 직원일까
나의 시선을 끌기 위해
상사의 확인과
의뢰인의
까다로운 요구가
거듭됐을
밤샘작업의 결과물
툭 던졌던 박스를
다시 주워
긴 시선으로 감상한 후
작품에 대한 예우를
마친다
*시에 덧붙여
우리가 매일 버리는 포장지는 과히 과대포장이라 할 정도로 마트를 한 번 다녀오면 재활용박스가 가득 쌓인다. 하지만 그런 포장지를 유심히 본 적은 없었다. 늘 기계처럼 정리하여 재활용박스에 넣고 나면 뿌듯하게 내 할 일을 다했다 싶어 쉬곤 했다. 그런 어느 날 무심코 눈에 들어온 그릭 요거트 포장지에 디자인은 너무나 잘 되어 있었고 그 속에도 많은 이의 노고가 들어가 있다는 게 새삼스레 마음에 다가왔다. 디자이너가 너무 실감 나게 그림을 잘 그렸던 탓일까? 아무튼 그 작가의 노고가 그날따라 나에게 잘 전달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