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빛내는 분들
"우리들은 너희들이 너무 부럽다. 열심히 공부해라 우리가 열심히 청소해 줄 테니까" -미화원 일동-
어느 여자대학교 화장실에 붙여있는 문구란다. 청소하시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 학교도 공부와 운동으로 아이들이 상을 많이 받아 빛내고 있지만 진짜 우리 학교를 반짝반짝 매일 빛내시는 분들이 있다. 바로 청소 실무사님들이시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청소구역을 맡아 화장실, 교무실, 운동장 등을 했으나 학생 인권이 높아지게 되고 또 학교가 커지다 보니 화장실같이 궂은 청소구역이나 계단 같은 구역은 청소 실무사님들이 맡아해 주시고 계시다.
며칠 전에 한 남학생이 화장실에서 배가 아파 실수를 한 일이 있었다. 옆반 선생님이 지나가는데 "도와주세요!"라는 큰 소리가 계속 들리셨다고 한다. 선생님은 화장실에 가까이 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배가 아파 변을 보았는데 실수를 하여 화장실 바닥에도 묻었고 자신도 옷을 버려 나갈 수 없다고 했다 한다.
자신의 학년과 반을 이야기해서 담임선생님께 연락해 주셨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 담임 선생님이 여자분에 임신한 분이셔서 어떻게 하셔야 할지 몰라 행정실에 도움을 요청하셨다고 한다. 여차여차하여 학생은 가정에 연락되어 옷을 갈아입고 하교하였고 화장실은 다리를 걷어붙인 행정실 직원 두 분과 임신한 담임 선생님 세 분이 물을 끼얹으며 청소를 가깟으로 마치셨다고 한다. 왜냐하면 청소 여사님이 오후에는 퇴근하시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나는 복도 청소하시는 청소 여사님을 만나 어제 이야기를 했더니 "아이고 고생하셨겠네 제가 있을 때는 언제든 연락해요"라고 하시며 얼마 전 자신도 화장실 청소하러 들어갔는데 누가 "밖에 누구 있어요?" 하길래 "얘야 왜? 청소 아줌마야" 하니 "아줌마 제가 똥을 누다가 실수해서 속옷을 다 버렸어요" 하고 울먹거리길래 당황하지 말고 속옷을 벗어 감싸고 나오라고 하셨단다. 아이가 나오자 아주머니는 간단히 비닐봉지 등으로 처리해 주셨고 아이는 고맙다는 말을 하며 무사히 교실로 복귀했다고 한다. 아이가 얼마나 당황했을까 하시며 더러워진 화장실보다는 아이를 걱정해 주시던 마음 고운 청소 살무사님이시다.
며칠 후 내 책상 아래 작은 쓰레기통을 비우다가 보니 종이컵에서 남은 커피 액체가 조금 흘러 쓰레기통 바닥에 굳어서 붙어 있었다. 이 참에 쓰레기통을 씻으려고 화장실 옆 수돗가에 물을 받아 불려 놓았다. 그리고 포스트잇으로 '내일 아침 일찍 치울게요'라고 문구와 학년 반을 써 붙여 놓았다. 그 다음날 일찍 와서 씻으려고 보니 쓰레기통 안이 빛이 날 정도로 씻겨져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이러려고 놓아둔 게 아닌데 너무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분명 청소실무사님이 하신 일일 텐데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오후에 복도에서 만난 살무사님께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저 혹시 천사 아니세요?" 라며 나름 최대의 찬사를 계속해 드렸다.
다음 날 뭘 드릴까 하다가 날씨도 덥고 시원한 음료가 좋겠다 싶어 콤부차에 얼음을 넣어 살무사님이 쉬시는 휴게실에 갖다 드렸는데 그날따라 안 계시다. 행정실에 물어보니 두 분 중 다른 청소 여사님이 이번에 그만두시게 되어 밖으로 식사하시러 나가셨단다. 나는 시원을 얼음을 넣은 과일 콤부차 2개를 카페 종이컵에 담고 창가선 반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그 앞에 포스트잇으로 '여사님 감사합니다. 건강에 좋다고 하네요 시원하게 드세요." 하며 붙여놓고 교실로 돌아와 수업을 마친 후 휴게실에 들렀다.
마침 점심을 마치고 오신 두 분에 담소를 나누며 음료를 마시고 계셨다. 나는 잘 찾아드신 것에 보람을 느끼며 인사를 드리니 시원하니 맛있다고 하시며 고마워하셨고 나는 이번에 그만두시게 된 다른 여사님께도 그동안 청소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꾸벅 인사를 드렸다. 왠지 학교를 대표하여 인사하러 온 거 같은 우스운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 왜 이렇게 타이밍을 잘 맞췄지? 하며 나를 쓰담쓰담하며 조용히 휴게실 문을 나섰다.
잊지 말았으면 한다. "너희들은 열심히 공부하렴 우리는 그동안 학교를 깨끗이 해 줄게"라며 조용히 오늘도 학교를 빛내고 있는 이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