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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lee Sep 18. 2024

학교의 숨겨진 영웅들 1

-말벌 소동

학교에는 학교 하면 떠오르는 학생, 교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분들이 학교를 안전하고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시고 계신다. 학교지킴이 즉 학교 보안관님, 행정실 직원, 급식소 조리실무사님들, 또 아이들 급식을 도와주시는 봉사자들, 청소실무사님들이 바로 그분들이시다. 


요즘 가을이 되니 아무리 방충망 시설이 되어 있어도 어디서 말벌들이 들어올 때가 있다. 이때 사실 더 무서운 것은 아이들 반응이다. 벌을 보면 침착해야 된다. 소리 지르거나 뛰면 더 흥분해서 따라온다 등을 누누이 지도해도 아이들은 반응은 한결같다. 일단 소리를 지르고 이쪽저쪽으로 도망친다. 


이날도 점심을 먹이려고 급식소로 줄을 세워 이동한 후 아이들이 식판에 음식을 받아 자리에 앉는 것을 본 후 핸드폰을 두고 와 잠시 교실에 다녀왔을 때였다. 

급식소 현관부터 비명이 들리더니 몇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고 어느덧 많이 아이들이 급식소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들 쪽으로 몰려있었다. 말벌 하나가 급식소를 습격한 것이다. 사실 습격이라기보다 출구를 못 찾아 방황했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선생님들 반응도 다양하다. 엄격하게 아이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통제하시는 분, 아이들을 보호하며 어서 벌이 나가기를 간절히 쳐다보시는 분 그리고 나처럼 뭔가 저 녀석을 제압할 물건을 찾는 사람도. 나는 주위를 둘러보니 분실물을 담는 빈 바구니가 보였다. 구멍이 나 있지만 촘촘하여 말벌이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겠거니 하며 급식소 의자를 딛고 천장을 눌렀다. 

아뿔싸! 말벌은 메롱 나를 비웃으며 바구니 구멍 사이를 가볍게 통과했다. 말벌은 유유히 날아 어느새 우리 반 아이들 자리까지 날아가고 있었다. 


그때 우리 급식소에서 가장 나이가 많으신 듯한 백발의 조리 살무사님 가끔 여사님이라고 불릴 시는 분이 어디서 노란 박스 접힌 것을 주워 오셨다. 아침마다 식자재가 들어오니 아마 거기서 구하신 거 같다.  

이때부터는 모든 것이 슬로비디오로 보였다. 아이들은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에~ 하고 천장을 바라보며 숨을 죽이고 꼴깍 침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 듯하였다. 수십 개 아니 백여 개가 넘는 눈동자가 오직 그 여사님에게 향했고 이때 나는 내 귀에서 반젤리스의 '불의 전차' ost가 들리는 듯하였다.

 그 여사님은 좀 체격이 있으셨는데 우직하게 한발씩 급식소 넓은 식탁으로 발을 올리셨다. 천장에 붙은 말벌을 조용히 응시하시더니 결심하신 듯 노란 박스를 천장으로 탁~!

둔탁하지만 선명한 소리를 내며 박스는 천장의 말벌을 정확히 가격했고 1초 후 와~ 급식소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말벌과의 사투를 마치시고 여사님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등 조용히 박스를 들고 급식소 조리실로 사라지셨다. 

급식소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고 언제 그랬나는 듯 아이들은 담소를 나누며 즐겁게 음식을 음미하였다. 

오늘 학교의 히어로는 박스를 급식소 여사님이셨다. 이런 분들 덕택에 오늘도 학교는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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