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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X세대론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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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건우 Sep 25. 2024

변화무쌍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X세대’란 무엇인가?

여는글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가?     


  마흔을 넘어서면서 가끔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는데 오십이 된 지금도 이 질문은 현재진행형이며 어쩜 평생을 나에게 해야 할 질문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느 날 문득, ‘나’라는 개인이 아니라 ‘우리’라는 관점에서 같은 물음을 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미래를 설계하는데 좀 더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우리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준을 세워야 했다. 나와 우리의 과거·현재·미래가 만날 수 있는 교착 지점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한 사람의 존재를 규정하는 요인 중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은 사회성을 가진 존재인지라 혼자만을 뚝 때 내어 규정하는 것은 어려울 뿐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개인의 존재를 파악하는 것이, 더 유의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 시·공간을 함께 살아온 개체를 묶어서 보면 좀 더 깊이 있고 객관적으로 나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시민 작가는 그의 저서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국가는 개인 삶의 50% 이상을 규정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국가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할 정도로 크다. 다음은 내가 언제를 살아가고 있는 지도 나의 존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하다 보니 나란 존재는 대한민국에서 1970년대에 태어나 1980~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내고, 1990년대에 성인이 되었다. 이는 현재의 나를 규정하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함께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같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었다. 

 사람은 태어나서 청·소년기를 지나 20대에 대부분 가치관을 형성한다고 한다. 이 시기에 나타난 특성을 바탕으로 세대 구분을 하는 것이 요즘 학계의 일반화된 추세이다. 30여 년 전 대한민국 사회는 19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X세대’라는 이름을 명명(命名)했다. 이는 미지수 X, 즉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신인류를 지칭한 것이었다. 

 사람이란 본디 시공에 영향을 받는 존재라 대한민국이라는 곳에서 19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의 동질감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동질감은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고, 같은 국가지도자와 국가의 정책 아래 엇비슷한 경험을 하고, 때로는 신체와 정신을 조종당하거나 통제당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이러한 공감대는 우연히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전 세대, 특히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판 위에서 나름 우리가 이 세상의 전부인 양 착각하며 살아왔다.     

 

가끔 나에게 던져보는 질문이다.

대한민국이 아닌 북유럽의 핀란드에 태어났더라면...

대한민국이 아니라 조선 후기, 또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더라면,,,

분단된 조국이 아니라, 하나 된 국가에서 태어났더라면...

그러면 나는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아님 불행한 삶을 살았을까?     

 

나는 어릴 적 역사를 배우면서 내가 일제강점기 때 태어났더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겁이 많아 독립운동을 못 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대신 자유분방한 아나키스트가 되었거나 아나키스트 흉내를 내면서 살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앞선 세대는 다음 세대의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을 부각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집단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화세대를 거치고, 베이비붐세대(민주화세대)를 지나면서 X세대는 당연히 나타났을 법한 세대였다. 민주화·사회주의 해체·냉전 종식·세계화와 매스미디어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해외 문화를 접한 X세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집단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발전과 변화 그리고 앞 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바탕 위에서 탄생한 집단이다. X세대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국가나 통제보다 개인과 자유를 좀 더 우선시하는 세대가 나타난 것이다.

 

 어느덧 세월이 많이 흘러 반세기를 살아냈다. 이제 와서 나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려니 겸연쩍기도 하고 부질없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낼 반세기를 생각하면 꼭 한번 진지하게 과거를 돌아볼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단지 나 자신만을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나와 동시대를 살아온 벗들과 함께 나누고 공유하면 더 나은 반세기를 맞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70년대에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X세대에게 진지하게 제안하고 싶다. 나는 이렇게 살았고,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데 X세대인 나의 벗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다.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지 더 행복하고 의미 있게 살아낼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진정 우리 세대는 신인류였을까?

정말 개성 넘치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을까?

오렌지족은 우리 X세대를 대변하는 집단이었을까?

한국 사회에서 X세대의 위상과 가치는 무엇일까?     

 

 나는 지금껏 X세대임이 자랑스러웠다. 어릴 적 기성세대가 바라본 것보다 우리는 더욱더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해 왔다고 자부한다.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로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유신정권에 태어나 하나회 출신의 군인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총구를 자국의 국민에게 겨눈 군사정권 아래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반공과 전체주의,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남아 있는 교육을 받았다. 사회적으로는 조선 시대부터 내려오는 유교 사상이 생활 곳곳에 뿌리 깊게 박혀있었다. 정치나 시대 상황을 봤을 때는 산업화세대나 민주화세대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X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다. 우리는 기존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던졌다. 

 

 한번 각자의 집에 있는 사진첩을 꺼내어 보자. 

흑백으로 남아 있는 돌사진부터 유년기 때의 사진, 그리고 학창 시절의 사진을 들여다보자.

어떤 느낌이 드는가?

 X세대가 태어날 때만 해도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에 여전히 못 사는 나라였다. 학창 시절을 지나면서 정치·경제를 비롯해 대한민국 전반적으로 급변하는 사회를 경험했고, 이제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에 살고 있다. 태어나서 단기간에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경험한 국가의 국민은 드물 것이다. 더불어 유년기와 청소년기, 그리고 성년기를 극과 극으로 변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접해본 세대도 많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가정이 있겠지만 여하튼 나는 1974년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지금까지 11명의 대통령을 만났고, 6명의 대통령 선거에 투표했으며, 내가 투표한 사람 중 3명이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이러한 시대변화에서 X세대는 수많은 가치관에 노출되어 있었고, 어떤 것이 옳은 길인지 계속 물어야 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더 나은 삶이고, 훌륭한 삶인지 계속 물어야 했다. 

 X세대는 개발도상국에 태어났지만, 청소년기와 성년기에 접어들면서 선진국의 사고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웠던 전체주의적인 사고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자유를 중시하고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번영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다. X세대는 결코 자기밖에 모르는 개인주의가 아니라, 개인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장착한 첫 세대였다. 이러한 선진국형 사고를 X세대는 성장 과정에서 터득하게 되었다. 

 

 나는 X세대를 깊이 파헤쳐 보는 것이 결국 나의 존재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X세대의 본질을 파악해 보기로 했다. 그들은 나의 벗이었고, 대한민국의 변화무쌍한 현대사를 같이 살아내고 있으며, 비슷한 교육을 받고, 같은 일로 희로애락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곧 나를 보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은 곧 대한민국의 과거이고 현재이며 미래였다.

 물론 내가 하는 이야기가 궤변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연한 말이다. 내가 특별한 연구를 하거나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살아오면서 만나고 경험하고 때로는 간접지식을 습득하면서 만들어진 나만의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옳다거나 틀렸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 주면 감사할 따름이다. 혹여나 이 글로 인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거나, 앞으로 살아갈 날에 티끌만큼의 보탬이라도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글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기 위해 시작했다. 여행을 시작하려고 보니 내 인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내가 원하는 교통수단으로 떠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선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교통수단으로 이리저리 휘둘리며 여기까지 와 있었다. 

 이는 나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같은 땅과 하늘 아래 같은 공기를 마시며 함께 살아가는 벗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벗들과 함께 떠난 여행길은 다음 세대가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잘 치우고 가꿔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앞으로의 여행도 나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에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보람차고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여행은 분명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와 함께 여행하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함을 가슴 깊이 새기고 무탈하고 행복한 여행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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