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X세대론 04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건우 Sep 25. 2024

2-1. X세대와 국가 그리고 대한민국

2장. X세대를 만들어낸 철학적 고찰

이번 장에서는 X세대 탄생에 있어 영향을 준 요소나 가치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X세대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사상과 문화, 관습과 법 등의 토대 아래 현재의 가치와 욕망이 투영되면서 공통의 공감대를 형성한 세대라 볼 수 있다. 그중 국가는 세대형성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조금 깊이 들여다볼 것이고, 전통적인 또는 철학적이거나 세계사적 흐름에 있어서 X세대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2-1. X세대와 국가 그리고 대한민국

국가주의 국가론 VS 자유주의 국가론     

 나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고, 태어남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어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아왔다. 처음에는 부족 단위의 작은 공동체의 힘으로 생명과 안전을 지켜왔지만, 침략과 수탈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 크고 힘 있는 공동체가 필요했다. 공동체 간에는 늘 싸우는 것이 일이었다. 식량이나 에너지를 위해서, 때로는 이념이나 종교 때문에, 아니면 리더의 탐욕 때문에 끊임없이 싸워왔다. 그러다가도 춘추전국시대의 전국칠웅처럼 합종연횡(合從連橫)을 하기도 하고, 유럽처럼 연합국을 만들어 더 강한 공동체를 만들기도 한다. 지금도 크고 작은 싸움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금 지구촌에는 200개가 넘는 국가라는 공동체를 만들고 80억 명의 인구가 각자의 국가라는 공동체에서 살아가고 있다. 국가공동체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고, 운영하는 시스템이 틀리며,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이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공동체마다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럼 국가는 무엇인가?

나를 지켜주는 곳인가, 아니면 나를 구속하고 강제하는 곳인가?

국가의 제도와 법률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국가의 공권력은 내 자유를 억압하지는 않는가?     


 1948년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수립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대한민국과 지금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국가가 되었다. 헌법에 따라, 시대에 따라, 지도자에 따라 모두 다른 대한민국이었다. 제헌헌법이 만들어졌던 제1공화국과 유신헌법이 있던 제4공화국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국가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나고 만들어진 현행 헌법 아래 있는 제6공화국의 또 다른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국가는 태어나자마자 나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해서 관리했다. 주민등록번호는 내가 내외국인지 보다 간첩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수단이었고, 언제 태어났는지, 성별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서 태어났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민등록증은 만 17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발급받아야 하며, 동시에 자신의 열 손가락 지문을 국가에 보관해야 한다. 이는 혹여라도 나쁜 짓 하면 국가가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 같은 것이다.

 국가는 나에게 애국과 충성도 강요했다. 학창 시절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의 매일 다짐해야 했고, 국민교육헌장을 외우지 못하면 벌을 받아야 했다. 군대에서는 충성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했다. 학교에서는 뛰어놀다가도 오후 5시만 되면 태극기를 찾아 가슴에 손을 올리고 부동자세로 한동안 가만히 있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나쁜 놈으로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국가는 개인의 삶에 가장 강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이다. 국가의 헌법과 법률, 지도자의 철학과 가치관 등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 시대의 굵직한 정책이나 이슈, 사건 등은 같은 세대의 동질적 정체성을 이루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한, 국가는 개인을 강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체이다. 법과 제도를 만들고, 형벌권과 공권력을 행사하고, 각종 규제로 생활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언론을 통제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 리더도 있다. 

 부당한 국가의 권력에 맞서 싸우다 죽어간 사람도 있고, 부당한 국가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도 있다. 국가는 대의를 위해 개인의 희생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미화해 왔다. 전체주의 국가나 독재국가일수록 유독 그러한 경향이 강하다. 그럼 왜 이러한 지도자는 국민의 국가에 대한 희생을 강요했을까? 그것은 국가에 대한 희생이었을까, 아니면 개인의 탐욕에 의한 희생양이었을까?     

 

애초 사람이 모여 살고, 공동체를 이루는 이유는 위험으로부터의 보호에 있다. 그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면 공동체가 요구하는 것을 국민은 기꺼이 들어준다. 즉 국가는 사회적 무질서와 범죄 그리고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 주는 대신 국가만이 합법적인 폭력을 행사하며 국민을 통제한다. 국가는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강제하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구속하기도 한다.

 인류가 국가라는 공동체를 만들고 살아오는 동안 철학자들은 이상적인 국가를 꿈꾸었고, 그리고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건 투쟁과 혁명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적인 국가가 무엇인지 답은 없지만, 좀 더 나은 국가를 위해 권력 쟁취를 위한 다툼이 일어나고 폭동이나 유혈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유가의 공자와 맹자도, 법가의 상앙과 한비자도,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도, 근대 영국의 홉스도, 공산주의 창시자 카를 마르크스도 이상적인 국가를 꿈꾸었지만 명확하게 누가 옳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류의 역사는 계속 발전하고 변하기 때문이다.      

 

유시민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빌려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대해 좀 더 깊게 이야기해 보자.


 국가의 본질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해명하는 철학과 이론은 몇 가지 큰 흐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국가주의 국가론이다. 이것을 신봉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전체주의 성향을 지녔다고 한다. 국가주의 국가론의 논리체계를 처음으로 분명하게 세운 인물은 영국 철학자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였다. 둘째는 자유주의 국가론이다.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에서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를 거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ek, 1899~1992)까지 소위 고전적 자유주의자와 신자유주의 철학자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이 이론을 펼쳤다. 이것은 오늘날 모든 문명국가의 자유주의자들이 신봉하는 이론이다. 셋째는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이다. 카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가 창안한 이 이론은 150년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식인과 정치인을 끌어당겼지만 이젠 그 위력을 상실했다. 넷째는 목적론적 국가론으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n, 기원전 427~347)과 아리스토텔레스가 펼쳤던 이론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돌베개, 2017     

 

나는 유시민 작가가 이야기한 네 가지 국가론 중 ‘국가주의 국가론’과 ‘자유주의 국가론’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고자 한다. 

국가주의 국가론은 개인보다 국가를 더 우위에 두는 이론이며, 개인은 국가의 한 구성요소이거나 국가에 종속된다. 반면 자유주의 국가론은 국가보다 개인을 우위에 두는 이론이며 이때 국가는 개인을 위해 복무하는 존재가 된다. 

국가주의 국가론은 국가를 위해 개인의 인권이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이론이며, 자유주의 국가론은 개인이 공동체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이상 어떤 경우에도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안된다는 이론이다. 또한, 자유론적 국가론에서는 국가는 선을 행하려 하기보다는 악을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과거의 전제정치나 봉건국가에서는 국가주의 국가론이, 현재 민주주의 대부분 국가는 자유주의 국가론이 사상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즉 봉건국가에서는 왕이 국가의 주인이고, 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인 것이다.      


그럼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1945년 해방 이후부터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전까지는 국가주의 국가론이 지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쟁과 가난의 참상을 직접 겪어나 보며 자란 산업화세대는 국가주의 국가론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X세대 이후부터는 자유주의 국가론이 당연시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국가주의 국가론을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보수적인 경향이 강할 것이며, 자유주의 국가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진보적인 경향이 강할 것이다. 지도자로는 이승만부터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은 국가주의 국가론을, 김대중·노무현은 자유주의 국가론에 입장에서 국가를 운영하려 했고, 김영삼·이명박·박근혜 등은 애매한 국가론적 입장을 취한 듯하다. 정치권에서는 보수정당은 국가주의 국가론을 진보정당은 자유주의 국가론 입장에서 정책을 펼치는 경향이 있지만, 국민의 요구나 사회적 분위기를 봐서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또한 칼포퍼(Karl Popper, 1902~1994)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에서 “정부는 두 유형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유혈사태 없이 선거로 교체할 수 있는 정부이고, 다른 하나는 혁명이 아니고는 절대 축출할 수 없는 정부인데, 앞의 것은 ‘민주주의’의 뒤의 것은 ‘독재’다.”라고 이야기했다.

 대한민국과 비교해 보면 유신헌법이 있던 제4공화국은 완전한 독재국가이고, 전두환의 제5공화국은 민주주의 가면을 쓴 독재국가였고,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의 제6공화국은 비로소 완전한 민주국가가 된 것이다.     

이전 03화 1장. 세대란 무엇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