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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X세대론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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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건우 Sep 25. 2024

2-2. X세대와 대한민국의 교육

2장. X세대를 만들어낸 철학적 고찰

사람에게 교육은 가치관과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특히 또래 집단은 같은 교육과정에서 같은 교과서로 교육부나 교육청의 지침 아래 같은 내용의 교육을 받게 된다. X세대는 대부분 4차(1981~1988)와 5차(1989~1992)의 교육과정에 걸쳐 학창 시절을 보냈다. 4차 교육과정은 전두환 군부가 들어서 만든 교육과정이고, 5차 교육과정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 만들어진 교육과정이다. 물론 3차(1973~1981) 교육과정의 여파도 남아 있어서 1970년대 초 출생자는 유신정권에 만들어진 3차 교육과정의 교육도 받았을 것이다. 

 4차 교육과정은 반공교육을 강조했다. 도덕 교과의 경우 50% 이상이 반공에 관련된 내용이었고, 국어와 음악, 미술도 반공이 주를 이루었다. 1970년대 초반 출생자의 경우는 대부분 군사정권 때 모든 학창 시절을 보냈으며, 1970년대 후반 출생자도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긴 했지만, 군사정권 아래서의 교육적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자랐을 것이다.      

 

국민교육헌장 대신 대한민국헌법의 ‘전문(前文)’을 학교에서 외우라고 강요했으면 현재의 우리 모습은 어떠했을까?

 반공교육 대신 밀의 『자유론』을 교육받았거나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배웠다면 우리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을까?     

 X세대가 국가에 의해 강제로 외운 국민교육헌장에는 국민을 국가의 부속품으로, 국가가 있으니 개인도 존재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국가주의 국가론을 가르쳤고, 당시만 해도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냉전 체제가 해체되고, 공산주의의 완전한 패배가 끝난 지 꽤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정치권은 선거 때 만 되면 반공을 이용해서 선거운동을 한다. 우리 국민의 머릿속에는 반공은 ‘선(善)’이고 반공하지 않는 것은 ‘악(惡)’이라는 것이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은 사회변화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었다. 1987년 민주주의 헌법인 제6공화국 헌법이 만들어졌지만, 교육과정 개편은 몇 년 뒤에야 이루어지고, 교과 내용까지 바뀌는 데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는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서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를 개편하는데 신중해서 그런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교육계가 정부의 눈치를 보거나 보수화되어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에 대해서는 4장에서 좀 더 깊이 다뤄 보도록 하자.          




여기서 잠깐 국가폭력과 학교폭력에 대해 살펴보자     


 국가만이 합법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있고, 다른 어떤 집단이나 개인도 합법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없다. 즉 국가가 아닌 다른 집단이나 개인이 폭력을 행사하게 되면 국가의 법의 의해 처벌을 받게 된다.

 국가는 합법적 공권력을 가진 집단이다. 국가에 소속된 집단이나 개인은 헌법이나 법률, 또는 시행령이 정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법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만드는 것이 원칙이지만, 정부는 국회가 만든 법을 거부하거나, 시행령이라는 명목으로 입법에 반대되는 규칙을 만들기도 하고, 국가가 위급하다는 이유로 계엄령이나 위수령을 발동해 공권력만 아니라 군사력까지 동원해 자국민을 국가폭력의 대상이 되게 하기도 한다. 민주화되기 이전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폭력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그럼 학교폭력은 어떤가?

 X세대는 학교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 아마 X세대가 학교폭력이 극도로 존재했을 때의 마지막 세대일 것이다. 이후에는 전교조 등의 출현으로 학교체벌 자체가 계속 줄여져 갔다.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학교폭력은 지금의 학교에서 말하는 ‘일진’과 같은 것이 아니라, 선생님에 대한 폭력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선생님의 폭력과 상급생의 폭력, 그리고 동기들 간의 폭력 등 학교는 공부하는 곳보다는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었다. 학교 밖에서도 국가는 국민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했다. 삼청교육대나 형제복지원에 마음대로 잡아가 정의사회구현이라는 명목으로 무참하게 인권을 짓밟았고, 때로는 정권의 안위를 위해 간첩으로 조작해 고문을 가하고 사형까지 시키기도 했다. 군대를 동원해 총을 자국민에게 발사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일도 있었다. 

 국가폭력과 학교폭력은 성장하는 우리에게 맞지 않으려면 입을 닫고 복종하며 살라고 가르쳤다. 부당하다고 대들면 더 맞아야 했다. 그래도 국가폭력은 헌법이나 법률상 구제받을 수 있는 경로가 있었지만,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자신이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학교폭력은 정당화되었다.

 그런 학교폭력은 너무 당연하게 인식되었고, 학교 선생님 또한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군사정권 시절답게 초등학교 때부터 원산폭격을 해야 했고, 체벌에 사용되는 무기도 선생님에 따라 각양각색이었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 배경은 X세대보다는 조금 앞선 시기이지만 학교생활의 풍경은 거의 비슷하다. 역 중 선생님으로 나온 김광규 배우는 손목에 시계를 풀면서 학생을 무지막지하게 패는 장면이 나온다. 나 또한 학창 시절 교실에서 숱하게 보았던 장면이다. 

 

그럼 학교폭력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불만이 있어도 함부로 입 밖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냥 하라면 하면 되는 것이지, 자신 생각을 표현하면 국가나 선생님의 권위에 맞서는 행위가 되었다. 유교 사상이 철저한 우리나라에서, 선생님에게 대드는 것은 국가에, 부모에 대드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국가가 폭력으로 국민을 찍소리 못하게 만들 듯, 국가는 학교를 통해 성장하는 학생들 또한 그렇게 만들었다. 성인이 되어도 국가에 복종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조기 교육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때면 학교생활이 너무 우울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이 노래를 진심으로 불러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치시며 독한 욕설과 폭력을 휘두른 선생님만 기억할 뿐이다.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수없이 많은 희생자와 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어떤 정부나 국가지도자도 사과하지 않았다. 국가폭력을 무자비하게 행사한 지도자일수록 그 뻔뻔함은 도를 넘었다. 하지만 2005년 격렬 시위 도중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농민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대국민사과를 하게 되는데, 국가권력이 어떠해야 되는지 명확하게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있어 옮겨본다.      


시위농민 사망 관련 대통령 대국민 사과

...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서 행사되거나 남용된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 국민들의 책임과는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뤄야 하는 것입니다. 

2005년 12월 27일 노무현대통령     

 

대한민국헌법 1조 2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있다. 공권력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때 정당한 권력이 되는 것이지, 국민에게 위해를 가하는 경우는 국가범죄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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