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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X세대론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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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건우 Sep 25. 2024

4-7. X세대와 문화

4장. X세대와 함께한 대한민국 사회

이 글을 시작하기 앞서, 백범 김구선생님의 유명한 어록 하나만 언급하고 가자.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백범일지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편 중-     

 

X세대가 왕성한 문화 활동과 문화 경험을 한 시기는 1990년대이다. 비평가를 비롯한 상당수의 사람은 1990년대를 문화의 부흥기 또는 다양한 문화가 폭발한 시기라고 규정한다.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화라는 개념이 워낙 광범위한 것이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있다. 1990년대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이어오던 문화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고 다양하게 펼쳤으며, 1980년대는 민중문화의 측면이 강했다고 하면 반면 1990년대는 비로소 대중문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인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1990년대의 대중문화에는 사회의 변화와 대중의 욕망이 뒤엉켜 있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어져 온 권위주의적이고 획일적이며 경직되어 보이기까지 한 기존의 문화를 거부하고 있었다. 각계각층에서 원하는 새로운 욕구가 다양한 문화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앞서 얘기한 포스트모더니즘 철학 사조가 한국에 뒤늦게 유입되면서 다양한 문화와 결합했고, 이는 폭발적인 문화부흥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1980년대 정권을 홍보하고 지키기 위한 문화와 정권에 저항하는 문화가 서로 싸우고 대립하는 형국이었다면,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그리고 1991년 공산권의 해체 이후 다양한 분야의 문화가 응축되어 있다가 폭발하는 양상을 보이게 된 것이다.

적어도 내가 바라보고 느끼고 지켜보았던 1990년대의 문화는 이러했다. 나 또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던 민중문화와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오는 대중문화의 갈림길에 내 몸을 큰 급류에 맡기고 있었다. 나를 비롯한 X세대는 새롭고 거대한 문화의 급류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문화는 다양성과 변화가 생명이다. 누군가가 자르고 가두고 금지한다고 해서 될 성질의 것이 절대 아니다. 응축된 모든 것을 표현하고 표출해서 대중 속으로 녹아들어 가야 만이, 진정한 대중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다. 1990년대는 그러한 빗장을 서서히 풀어헤치기 시작해, 급기야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서는 거의 모든 빗장을 거두어 버린 시기였다. 이 시기를 X세대는 마음껏 누리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와 다양한 문화가 범람한 시대에 X세대가 청춘의 절정기를 맞았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X세대는 획일화된 사회를 거부했고, 권위주의를 타파하려 했으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을 인정하며 향유를 한 세대이다. 

혹자는 1990년대가 상업문화가 범람하고, 활자에서 미디어로 넘어가는 시기로 상업문화에 대중들이 귀속되는 전환기처럼 얘기하는 평론가들도 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1990년대 문화,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만들고 향유할 문화는 자본주의와 상업주의의 지류를 타고 조금 돌아갈지 몰라도 국민 의식을 지배하는 큰 흐름은 본류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 시대의 욕망은 각 개인에게 녹아들어 가 표출되는 것이다. 

1990년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문화의 르네상스였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X세대는 그 문화 생산의 주체였으며 최대의 소비자였다. X세대는 누구 하나 거부하지 않고 마음껏 받아들였다. 이는 X세대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며, 그 가치관을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개인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좀 더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팔길이 법칙’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자. 

문화는 지원하되 절대 간섭을 하면 안 된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냐에 따라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극과 극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문화는 누군가가 어떻게 하라고 할 성질의 것이 전혀 아니다. 그 시대의 문화는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응축된 힘이고 에너지라는 것을, 그리고 X세대는 이 에너지를 만들고 발산한 첫 세대였다는 것을 공유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한류가 대세이고 한국문화의 여러 분야가 세계를 점령하고 있다. 나는 분명 1990년대의 문화가 한류의 기원이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 문화를 향유했던 사람이 지금은 크리에이터(Creator)가 되어 전 세계를 누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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