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글
가끔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캣휠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곤 한다. 아주 가끔은 샤워실 샤워헤드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의 새벽은 고요하다.
잠에서 깨어나면 물을 끓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달걀을 삶을 물을 냄비에 붓고 달걀을 꺼내놓는 소리가, 조용한 공간을 뚫고 또렷하게 울린다. 물이 끓는 소리도 유난히 크게 들린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큰 소리를 낸다. 특별히 그 외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마치 내 마음과 같다.
보통 내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차 있지만, 막 깨어난 새벽에는 모든 생각이 잔잔하게 가라앉아 있다. 아침에 명상을 할 때면 그게 더 잘 느껴진다. 저녁 명상에서는 밀려드는 생각들로 머릿속을 비울 수가 없는데, 아침에는 흘려보낼 생각조차 없다. 가끔 해야 할 일을 가늠해보기도 하지만, 그 외에는 어떤 감정의 동요 없이 조용하게 명상이 이루어진다.
오직 내가 내는 키보드 소리만 도각도각 공간에 퍼지듯, 내 마음속에서도 작은 생각들이 하나둘 톡톡 튀어나온다. 적막을 깨는 키보드 소리, 내 마음속 고요를 깨고 나오는 생각의 소리. 주위가 적막하듯 내 마음도 그러하므로, 다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그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집중할 수 있다. 어떤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누군가와 함께 사는 공간에서 완전히 혼자라는 느낌을 갖기는 쉽지 않다. 홀로 방 안에 있어도 누군가의 존재감은 늘 배경처럼 깔려 있다. 하지만 이 새벽만큼은 다르다. 모두가 잠든 시간, 이 고요 속에서 들리는 건, 오직 내가 듣는 소리뿐이다. 이 시간, 이 감각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다.
속삭이듯 조용한 새벽의 소리는 아무도 모르고, 오직 나만이 아는 얼굴을 하고 있다. 나만 깨어있다는 이 느낌은 특별하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잠에서 깨는 순간, 이 느낌은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이 새벽을 사랑한다. 오직 나만 아는, 나만의 새벽을.
* 눈 내린 날의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