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를 바라보는 것
그대로를 바라본다는 건 어떠한 평가 판단등을 섞지 않고 본질 그대로를 보는 것이라고 한다. 나름 이것과 관련된 이론 공부를 오래 했지만, 난 여전히 잘 알지 못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어떠한 양념을 찍지 않고 먹는 고기를 먹는 행위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말,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남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었다.
나는 다른 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었다. 내가 언제부터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우연히 대학교 강의에서 로저스의 이론을 들은 그날부터 난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고, 내 인생에 공부는 늘 뒷전이었는데,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저 남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었다.
뭐 공부를 해도 나아지는 건 없었다. 무조건적인 존중과 내담자와의 주파수가 맞아지는 순간 전이와 역전이의 경험들 등등 다양한 사례와 이야기를 듣지만, 나는 여전히 내담자들과의 관계에서 내 판단과 평가가 들어가는 것에 싫었고 그 순간이 오염됐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그래서 늘 공부했지만, 공부할수록 알아갈수록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내게 꿈같은 일이 되어갔다.
학교 선후배 직장동료 넓지 못한 내 관계에서 정보의 한계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모임을 나가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기 속에서도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위로를 건네는 건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걸까? 부정적인 감정을 다른 방법으로 보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행위는 그대로 바라보는 걸까? 누구에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 이는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걸까? 어느 모임에서도 답을 찾긴 어려웠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이 위로를 잘해주는 것이 친목을 잘 다질 수 있는 것이 지식을 잘 전달하는 것이 내가 원하던 답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이토록 왜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목을 매고 있을까?
사실 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요즘엔 심리학 상담학 상담 관련이야기와 지식들이 많이 퍼져있다. 주변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보다 훨씬 많은 작가와 학자를 알고 이야기하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여기선 내가 배운 것 안에서 이야기만 나누려고 한다. 학문은 넓고 제가 배운 건 정말 자그마하기 때문에 제가 배우고 이해한 것 안의 이야기다.
보통 심리학 관련 도서와 주제를 보게 되는 건 아마 나 자신에 대한 이해나 갈급함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나를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투사되어 남들을 바라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늘 남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어만 했기에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내 진짜 소망은 외면했으니까.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건 그 순간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 난 나의 생각과 감정에 붙인 결과를 늘 바라봤다. 그건 과거를 보는 일이니까. 오늘 문득 과거에 힘들었던 일이 나를 어렵게 만드는 건 그날에 남겨진 감정이 오늘과 비슷하기 때문 아닐까?
늘 슬프기만 했던 날들이 지속되었어도 좋은 기억으로 남겨진 날이 있다. 하지만 슬픔을 애써 긍정적으로 승화한 채 살았던 기억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겨져 버린 날도 있다. 또 반대인 날도 떠오르기도 하니까 말이다. 내게 있는 그대로 날 받아들인다는 건 그날 그 순간에 집중해서 매 선택을 하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선택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지 않을까?
인간중심심리학은 늘 내담자에게 무조건적인 존중과 수용 공감을 이야기한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말이다. 인간은 모두 긍정적으로 자기실현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니까. 나를 그렇게 대하지 못했기에 날 받아 들 일수 없었고 그래서 난 남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꿈을 이루지 못했으니, 다시금 나를 받아들여야겠다. 그러면 나도 언젠간 진실로 그러한 경험을 전해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