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
한국 ‘대중심리’ : 많은 사람이 모였을 때, 자제력을 잃고 쉽사리 흥분하거나 다른 사람의 언동에 따라 움직이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심리 상태
중국 ‘종중심리(从众心理)’ : 개인이 군중의 영향과 압박을 받아,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관점과 신념에 어긋나게,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의 생각에 일치시키는 것
많이 사람이 틀리면, 틀린 것도 맞는 것이 된다.
중국인은 혼자서 하는 판단에는 잘못이 있을 수 있으나, 대다수 사람의 판단에는 잘못이 없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중국에는 ‘많은 사람을 화나게 할 필요는 없다.’, ‘법도 많은 사람이 잘못하면 책망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즉 내가 어떤 판단을 할 때, 나 자신의 의견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판단하는 쪽으로 판단하면 안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모든 사람이 잘못 판단하면, 사실은 그 판단이 틀렸을지라도, 옳은 판단으로 변하는 경우까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인은 어떤 상황에 직면하여 자신의 의견을 밝혀야 하는 경우, 자신의 생각보다는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옳다고 생각하는 쪽이 옳다고 여긴다. 설혹 자신의 판단으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할지라도, 많은 사람이 옳다고 하면 옳다고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많은 대중이 판단하는 것에 따르는 것을 대중심리라고 한다. 한국 사전에서는 ‘대중심리’를 많은 사람이 모였을 때, 자제력을 잃고 쉽사리 흥분하거나 다른 사람의 언동에 따라 움직이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심리 상태라고 한다. 즉 자신의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고 주위의 분위기에 따라 감정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중국인은 ‘대중심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한국 ‘대중심리’와 비슷한 ‘종중심리(从众心理)’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군중의 의견을 따르는 심리’라는 의미다. 이렇게 해석하면 한국 ‘대중심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중국 사전에서 정의한 단어 개념은 한국의 ‘대중심리’와 전혀 다르다. 중국 사전에서 ‘종중심리(从众心理)’는 개인이 군중의 영향과 압박을 받아,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관점과 신념에 어긋나게,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의 생각에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어로 표현하면 대세에 따른다는 표현에 가깝다.
그러니까 한국의 ‘대중심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 대중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고, 중국의 ‘종중심리’는 자신의 생각과 대중의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면서도, 대중의 생각이 옳다고 그 상황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인은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자신과 다르더라도 이론적으로 반박하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서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밖으로는 동의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무관심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중국 처세술 책 <증광현문>에는 세상에는 항상 시빗거리가 있지만, 내가 신경 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是非终日有,不听自然无)는 글귀가 있다. 세상을 살면서 시빗거리가 발생하면 피하라는 것이다. 괜히 자신의 의견을 말해 시빗거리를 만들지 말라는 의미다.
<중광현문>에는 이런 글귀도 있다. 옳고 그름을 말하는 사람이 결국 시빗거리를 자초하는 사람이다(来说是非者, 来说是非者). 그러니까 내가 주위 사람 누군가에게 어떤 상항을 좋다, 나쁘다고 말하거나, 혹은 어떤 결정에 대해 옳다 그르다 혹은 맞다 틀리다고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은 결국 나에게 시빗거리를 자초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인이 긍정적인 단어로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를 표하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표면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는 분명히 긍정적인 뜻을 포함하고 있지만, 그 단어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중국인의 생각을 생각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