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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잘안 Jan 09. 2022

아들이 3주간 방을 뺐다

아들이 4살때, 둘째가 태어났다.

그즈음, 내 카카오스토리엔 "어서 빨리 장가가길 기도합니다"라는 멘트와 두 녀석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첫 아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최근까지, 매일 머리 속에는 그 생각이 떠나질 않았었다.


"얘들아, 너네 딱 20살 되면 무조건 결혼하는거야! 돈도 벌고, 일도 하면서 결혼해서 책임지고 살아~ 최대한 빨리 독립하는거야, 알았지?"

두 녀석은 꽤나 세뇌를 당했던지, 대학은 가지말고 바로 결혼을 해얄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좋기도 했지만, 숨 좀 쉬고 살고 싶다는 열망을 채울 겨를이 없이 14년이 흐른 탓이었다.

막내 딸까지 합세하면서....


그러던 우리 삼남매 중 첫째가 3주간 방을 빼는 일이 생겼다.

다른 지방의 기숙형 중학교를 가게 되었고, 방학동안 프리캠프로 3주간 기숙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가기 전까지 입소 준비를 하는동안, 걱정스런 엄마의 얼굴을 하고서는 속으로는 음흉한 미소로 '내 1/3의 자유'가 성큼 다가옴을 기대하고 있었다.


얼마나 소망하고 기대하던 '시간적 여유'란 말인가!

제일 많이 신경쓰이게 했던 녀석이고, 제일 많이 통통 튀는 녀석이고, 제일 많이 감정을 받아주고 달래야하던 녀석인데..이 녀석의 빈자리는 어쩌면 '1/3의 자유'가 아니라, '온전한 자유'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14살이 되어서도 동생 둘과 다투며 엄마 옆자리에서 자겠다고 울고불고 하던 녀석이었으니,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존재였다.

부담스럽고도 마음이 쓰이는 그런 첫째였다.


아들을 기숙사에 넣어주고 큰 짐을 들고가는 모습을 보는데도, 눈물이 나질 않았다.

군대 보내듯이 눈물을 흘리는 몇 분을 보는데, 아무렇지 않은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아들은 헤어지기 전, 내 귀에 대고 짧게 속삭였다.


"카드에 돈 더 충전해줘~~~"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인사였다.




아들을 보내고 차에 타 시동을 거는데, 아들 휴대폰의 음악 어플이 자동 재생되었다.

(휴대폰 사용금지라 아예 두고 간 것이다)

스피커에서 녀석이 자주 듣던 음악이 흘러나왔다.

태연의 사계, 프리스타일의 와이 등등


갑자기 코끝이 시려왔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같이 좋아하게 될만큼 성큼 커버린 녀석...

나와 정반대의 성격이라 가슴을 치게 만들던 아들인데, 나를 닮아 순대를 무지 좋아하는 입맛을 보면 또 내 어디가를 닮은 듯도 한 녀석이다.

엄마 옆이 아니면 잠 안온다고 울고불고 하던 놈이, 언제 이렇게 커서 기숙형 학교를 갈 용기를 낸 것인지...


집에 돌아와 아들의 빈 방을 보니, 쓸쓸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다른 아이들 보기에 서운해할까봐, 조용히 아들 이름을 불러보았다.

'OO 아~ OO 아~~~'

아들의 빈 방


아들이 없으면 1/3의 시간적,감정적 여유가 생겨 모든 게 편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목소리를 들을 수도, 얼굴을 볼 수도 없는 일주일의 시간이 칠흙같은 어둠으로 다가왔다.

(일주일 후에 전화통화는 가능하단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 쓸쓸함...

이 녀석의 빈 자리는 '여유'가 아니라, 그리움이란 단어로도 못 채울 '빈 공간' 그 자체였다.


거실에 앉아 둘째와 셋째가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모습이 마치 맛있는 음식에 간이 빠진 것 마냥 싱거워 보였다.

셋이서 죽이니 살리니 다툴 때는 그렇게도 미워보이더니, 한 녀석이 빠져 훨씬 조용한데도 오히려 이것이 슬퍼보이는 것이 아닌가...

없어져봐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무언가처럼, 아들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옆에 있을 때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이젠 깨달았다..........


아들과 다시 만날 때 꼭 얘기해주고 싶다.


"일찍 장가가라는 말은 취소할께...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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