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말을 해요, 피부 톡톡.
-암환자의 피부 톡톡-
피부가 말을 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너무 건조해요.
-화장이 잘 먹히지 않고 화장이 뜨고 각질이 밀려서 얼굴에 가루가 날려요.
-발 뒤꿈치가 잘 갈라져요.
-비듬이 유난히 눈에 띄어요.
-머리를 감고 아래를 보니 세상에 한 움큼의 머리카락이 빠져 있어요.
-얼굴이 잘 붉어져서 술을 먹지 않았는데도 낮술 했냐는 소리를 들어요
특히 암환자들의 피부는 건조함의 최대치로 달려갑니다.
-떨어지는 가을 낙엽보다 더 바싹 말라버려요.
-마름의 시기를 지나니 따가워요.
암 진단을 받으시고 방사선 치료를 받고 계신 엄마의 피부도 드디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눈으로는 모른 척 아닌 척 외면하지만 저는 다 압니다.
엄마의 피부가 절실히 말하고 있는 것을
제일 절실한 목소리는 가려움입니다.
'이전에는 가려운 적이 별로 없었는데 희한하네. 나이가 드니 가렵네. 요즘은 부쩍 더 그래.'
엄마의 혼잣말은 안타까움의 메아리로 제게 돌아옵니다.
10번의 방사선 치료 중 3회를 지나니 점점 더 중첩된 에너지의 파워가 암을 위협하기도 하고 엄마의 생생한 기운을 누그려 뜨리기도 합니다. 힘이 빠지니 더 가렵습니다. 면역과 가려움은 정반대입니다.
암환자의 피부는 가볍게 어루만져 줍니다. 작고 귀엽고 사랑스럽게 톡톡 만져줍니다.
노화는 바짝 마름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면역은 근육의 수분도가 올라간 탱탱함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엄마의 피부를 톡톡 만집니다. 탱탱하게 면역이 오르게 하기 위해서 외부에서라도 좋은 로션을 발라드립니다.
한 번의 로션 바름이 백번의 손짓으로 이어져도 암을 이겨내는 면역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딸의 피부 톡톡이 마냥 좋은 엄마는 행복한 마음과 긍정의 지수 상승으로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면역이 올라갑니다.
나는 오늘도, 내일도 피부 톡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