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기가 되어버렸어요.
과거를 잊어가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어요. 그러나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안 좋은 기억은 아스라이 먼 곳의 저 어디쯤으로 남겨두고 해맑은 기억의 끝을 희미해지지만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수업 때 학생들에게 질문했던 수많은 던짐 중에 단연코 매번 반복했던 개념은 유전의 힘입니다.
아무리 좋은 레이저에 아무리 좋은 습관으로 피부를 가꾼다 해도 후천적인 것을 능가하는 한 가지는 세포 곳곳에 담겨있는 유전의 파워라고
별 신경 안 쓰는 것 같은 친구의 반질반질한 얼굴과 수없이 피부과를 방문하고도 트러블이 있는 나의 얼굴을 비교하려면 그저 조상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울 집에서 가장 피부가 좋은 울 엄마는 그렇지 않아도 좋은 피부에 아기뇌로 변하니 그야말로 천진한 표정과 행복한 아기미소가 끊이지 않습니다. 말기암까지 판정받으신 엄마는 비록 피부 곳곳이 까매지기도 하고 조금 거친 면이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래의 할머니에 비해서 참으로 고운 피부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마의 걱정으로 가장 핫한 시술을 받아도 제 눈은 퀭하고 입꼬리가 처집니다. 더 열심히 화장품을 바르고 외모에 신경을 써도 어디 아프냐고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저보다 더한 삶의 끝자락 무게를 지고 있는 엄마에게 왜 이리 건강하게 보이냐고 사람들이 그럽니다. 아프신 분 같지 않다고
맘의 걱정과 근심과 꺼질 것 같은 심리적 다운은 그렇게 우리의 표정을 만들고 피부를 만듭니다.
긍정의 아기 같은 행복한 마음만 남은 엄마의 별명은 '아기엄마'입니다.
아기엄마의 맘으로 다시 맘을 추스르고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