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약사의 하루

할머니의 친정

by 씩씩한 봉황새

단골손님 중에 매일 같이 들리시는 분이 계신다. 우황청심환 3병, 피로회복제 3병, 우루사 3알. 식당에 출근하시면서 동료들과 나눠 드실 요깃거리(?)를 사서 가신다.

"약사님 나 이것 좀 봐줘."

어느 날 할머니께서 핸드폰, 통장을 내밀며 무슨 일인 것인지 좀 봐달라고 하셨다. 문자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료를 환급해 드린다는 안내 문구였다. 할머님께서는 장문의 문자메시지와 금액이 쓰여있어서 덜컥 겁이 나, 바로 달려오신 것이었다.

"어머님. 이거 건강보험에서 돈 더 내라는 게 아니고, 돈을 환급해 드린다는 내용이에요. 어머님께 돈 돌려드린다고."

그제야 어머님께서는 안도의 웃음을 지으셨다.

"나는 돈을 더 빼간다는줄 알고, 이유가 뭔가 해서 다 들고 와봤어."

어머님은 얼마가 인출됐나 확인하고 싶으셔서 통장정리까지 다해서 갖고 오셨던 것이다.

예전에 할머니께서 '엄마 나 핸드폰이 고장 났어. 여기로 전화 좀 해줘요.' 보이싱피싱에 당할 뻔한 적이 있으셔서 무슨 일이 생기시면 무조건 약국으로 들고 오신다. 그때도 할머니께서 저장되어 있는 아들 번호로 전화하실 줄만 아셨지, 문자 온 번호로 전화 거는 법을 모르셔서 아들에게 전화 좀 걸어 달라고 갖고 오신 일화였다.

당연히 보이싱피싱인 줄 알아채고, 아드님 번호로 전화해 무사함을 확인한 뒤 그 번호가 얼씬도 못하게 스팸 저장을 해드렸다.

"여기가 친정이야. 이제 무슨 일 생각나면 여기로 오게돼"

할머니께서는 연신 고마워하셨고 놀란 가슴 진정시킨다며 또 우황청심환 액 3병과 피로회복제를 사 가셨다.


자식과 멀리 혼자 사시는 할머니께서 매일 이것저것 따져보러 오실 때면 귀찮기도 하지만, 조용히 다른 손님들 업무가 끝날 때까지 앉아 기다리시는 걸 보고 있자면 어른께 죄송한 표현이지만 귀여움에 절로 웃음이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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