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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씩한 봉황새 Sep 15. 2023

시골 약사의 하루

할머니의 친정

  단골손님 중에 매일 같이 들리시는 분이 계신다. 우황청심환 3병, 피로회복제 3병, 우루사 3알. 식당에 출근하시면서 동료들과 나눠 드실 요깃거리(?)를 사서 가신다.

   "약사님 나 이것 좀 봐줘."

  어느 날 할머니께서 핸드폰, 통장을 내밀며 무슨 일인 것인지 좀 봐달라고 하셨다. 문자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료를 환급해 드린다는 안내 문구였다. 할머님께서는 장문의 문자메시지와 금액이 쓰여있어서 덜컥 겁이 나, 바로 달려오신 것이었다.

  "어머님. 이거 건강보험에서 돈 더 내라는 게 아니고, 돈을 환급해 드린다는 내용이에요. 어머님께 돈 돌려드린다고."

  그제야 어머님께서는 안도의 웃음을 지으셨다.

 "나는 돈을 더 빼간다는줄 알고, 이유가 뭔가 해서 다 들고 와봤어."

 어머님은 얼마가 인출됐나 확인하고 싶으셔서 통장정리까지 다해서 갖고 오셨던 것이다.

  예전에 할머니께서 '엄마 나 핸드폰이 고장 났어. 여기로 전화 좀 해줘요.' 보이싱피싱에 당할 뻔한 적이 있으셔서 무슨 일이 생기시면 무조건 약국으로 들고 오신다. 그때도 할머니께서 저장되어 있는 아들 번호로 전화하실 줄만 아셨지, 문자 온 번호로 전화 거는 법을 모르셔서 아들에게 전화 좀 걸어 달라고 갖고 오신 일화였다.

당연히 보이싱피싱인 줄 알아채고, 아드님 번호로 전화해 무사함을 확인한 뒤 그 번호가 얼씬도 못하게 스팸 저장을 해드렸다.

 "여기가 친정이야. 이제 무슨 일 생각나면 여기로 오게돼"

할머니께서는 연신 고마워하셨고 놀란 가슴 진정시킨다며 또 우황청심환 액 3병과 피로회복제를 사 가셨다.


  자식과 멀리 혼자 사시는 할머니께서 매일 이것저것 따져보러 오실 때면 귀찮기도 하지만, 조용히 다른 손님들 업무가 끝날 때까지 앉아 기다리시는 걸 보고 있자면 어른께 죄송한 표현이지만 귀여움에 절로 웃음이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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