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말을 거네 26

건축 재료

by 능선오름

고대로부터 수많은 건축물들이 생겨나고 사라졌다.

건축은 흙, 돌, 나무, 금속으로 변하면서 점차 더 다양한 복합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론적으로는 현대에 만들어지는 건축물들은 과거의 건축물 보다 더 수명도 길고 오래도록 유지되는 게 물리적으로 맞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히려 고대의 대형 건축물 보다 더 짧은 수명을 가지게 되는 게 현실적인데,

이것은 현대의 건축은 과거에 비해 만들어지는 기간도 짧지만 건물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것으로 새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건축 폐자재들이 생기며 자원을 재활용 하자는 움직임이 생긴 것은 꽤 오래되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 아닌가 싶지만 환경부 2019년 건축폐기물 재활용 률이 98.9%라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정작 매립지에서 늘 문제시되는 건축폐기물의 재활용되지 못한 양 1.1%가 문제라는 것이다.

대개의 건축폐기물이 순환골재로 재생이 된다고 하는데,

이것을 이용하여 도로포장용이나 콘크리트용 재생골재가 된다고 한다.

암석이 자연환경에서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만 년에서 수십만 년에 이른다고 하는데,

인류가 문명을 건설한 시점을 생각해보면 지구 역사에 비하여 정말 짧은 기간에 자연의 석재와 흙 종류를 채굴하여 문명을 만든 셈이다.

오히려 고대에 만들어진 대형 건축물은 석재를 다듬어 구조재로 이용했기에 수천 년 세월을 버티고도 제법 멀쩡한 편이다.

반면에 현대 건축에서 사용하는 석재들은 대개 잘게 잘라진 판재 형태라 부서지면 다시 사용을 하기 어렵고 대개 분쇄하여 재활용 골재가 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자연에게 무척이나 ‘미안’ 한 일이다.

특히 비교적 오랜 기간 유지되는 건축이 아닌 인테리어에 있어서는 더 미안한 일이다.

수만 년에 걸쳐 만들어졌을 돌을 캐서 거실벽에 붙이고 바닥에 붙이고,

혹은 매장벽에 붙이고 바닥에 깔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장식 이외의 목적이 없고 몇 년 짧게는 몇 개월 만에 건축폐기물이 되어 다시 골재가 된다.


물론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음은 좋은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과 에너지의 사용도 무시할 수 없다.

물도 많이 들어가고 석유나 전기가 무척이나 많이 쓰인다.

이런 순환을 돌아보면 어떤 면에서는 악순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건축이라는 행위를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한 물건들이지만,

그로 인해서 산이 사라지고 자연 생태가 바뀐다.

단양 석회석 광산
화강석 채석장

개중에는 폐쇄된 채석장이나 광산을 잘 꾸며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에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세계의 폐광산들은 흉물스러운 자연훼손의 증거로 남아있다.

앞으로도 인류는 수많은 산을 파헤치고 들어내서 지표의 형태를 바꿀 것이다.

문명에 대해 생각한다.

이게 과연 미래의 인류를 위해 좋은 일일까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꼭 이래야 할까.

실제 거의 장식적 역할에 불과한 외벽의 돌을 여기저기서 캐어 그렇게 치장을 하는 게 맞을까.

현대의 추세는 돌의 크기가 클수록 고급스럽다고 평가하고,

그 때문에 자연에서 채취했지만 크기 문제로 버려지는 돌도 많다.

정말 돌을 물 쓰듯 하는 것이다.

과거 모 백화점의 바닥을 장식할 대리석을 구하기 위해 담당자가 스페인까지 갔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일한 채석장에서 나온다고 해도 자연석이니 당연히 색상과 무늬가 차이 나는데,

그걸 맞추기 위해 엄청난 양의 잘라진 판재들을 늘어놓고 고르고 골라서 석재를 지정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걸 실어서 화물선에 띄워 보냈는데 배가 풍랑에 침몰하는 바람에 대서양 한가운데로 다 빠졌다는 이야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움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아름다움이 정말로 그 장소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진심으로 와닿을까 하는 생각도.

지나친 형태적 아름다움을 위해 희생되는 불필요한 공간들도 있지만,

그걸 구현하기 위해 버려지는 자원들은 또 얼마나 많은 건가.

사실 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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