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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영어: gentrification)은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다. 긍정적인 의미로는, 중하류층이 생활하는 낙후된 구도심에 상류층 주민의 유입을 통해 주거지역이나 고급 상점가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현상이다.’위키백과
부동산이나 건축에 대한 방송과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보통의 대중들도 한번은 들어보았을 용어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개인적 기억으로는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의 변천 과정에서 많이 언급되었던 용어가 아닌가 하고, 시작은 인사동길이었다는 생각이다.
구도심에서 과거 상권이 발달했다가 시대의 변천에 따라 사그라들고, 그 사그라들었던 상권에 새로운 상가들이 들어서며 일종의 새로운 문화권이 형성되고, 시대를 주도하는 문화권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그 여파로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그런 임대료를 감당 못 하던 상가들은 결국 어딘가로 밀려나서 다시 상권이 몰락을 하게 되는 루틴이다.
인사동길, 가로수길, 경리단길, 북촌, 서촌, 홍대, 문래동 지금은 성수동 등등 한번은 들어봄 직하고 한 번쯤은 대개 가보았을 지역들이다.
그렇게 시작한 활성화는 대체로 몇 년 안에 사그라든다..
결국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떻게 형성된 상권이든 그런 지역들은 공통으로 일대에 엇비슷한 문화를 가진 상점들이 생기고 독창적인 인테리어가 조명을 받으며 활성화가 된다.
맛집이 나타나고 입소문을 통해 젊은이들이 유입된다.
그런 거리에 별다방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들어서게 되면 이제 그 지역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상업주의의 특성상 유동인구가 몰리면 당연히 그런 지역에 큰 매장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겠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서게 되면 당연히 임대료가 상승하고,
대형기업의 짭짤한 임대수익을 맛본 건축주들은 다시는 소상공인이 주축을 이루던 과거의 임차인들을 돌아보지 않는다.
왜 이 거리가 그렇게 활성화되었었는지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어떤 문화적 콘텐츠로 시작했던 거리든 다 강남 사거리와 다를 바 없는 거리로 변질한다.
그런 식으로 변질한 거리는 괘나 쾌적해지고, 교통정리도 반듯하게 되며 거리 상인들도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변하고 나면 더는 젊은이들은 그곳에 오지 않게 된다.
당연한 순서다.
딱히 개성도 없고 어디를 가도 엇비슷한 대형 프랜차이즈들에,
사용가격도 높아진 곳을 누가 가려고 할까.
특별히 활성화된 거리에 수입 수퍼카가 즐비해지고 이른바 명품매장이 들어서게 되면 그곳은 더는 대중을 위한 거리는 아니다.
경제적 상류층( 여기서 상류층이란 돈이 많고 돈을 쉽게 쓸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만 독점하는 장소가 되어버리고 그 때문에 서민들은 오히려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지내다 전반적인 유입인구가 줄어든 거리에서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하나둘 자리를 빼게 되어도,
높게 치솟은 임대료 때문에 중소상인들은 결코 돌아올 수 없다.
젠트리피케이션은 흔히 말하는 ‘도시재생’이라는 용어와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도시재생이 뭘까.
문자 그대로 ‘재생’ 이다.
신도시가 아닌 구도시를 다시 살린다는 의미다.
그러면 위에서 말한 루틴을 반복하는 것이 과연 도시재생이 가능할까.
학술적 의미의 젠트리피케이션과 무관하게 우리나라, 특히 서울지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거의 일관적으로 비슷하다.
낙후된 지역이 있고, 도심인데도 상권이 거의 죽은 거리가 있다.
그 거리에 낮은 임대료를 기회 삼아 유입되는 예술가 집단이나 소상공인들이 생긴다.
그들은 자본이 적은 대신에 저마다 개성을 가진 인테리어와 상품들을 내놓고 그것으로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인다.
단지 ‘상품’ 이 아닌 ‘문화’가 해당 지역에 생기는 것이다.
그런 문화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의 활성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그렇게 하다 보면 티브이 방송 같은 매체를 통해서 대대적으로 홍보가 되면서 더 크게 활성화가 된다.
그다음 수순은 임대료의 인상과 대형기업체들의 진입이다.
그렇게 되면 그 지역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면 맞다.
이것은 도시재생이 아니라, 잠시 인공호흡과 응급처치로 살려놓는 것일 뿐 지속성이 없다.
어떤 ‘장인’ 이 해당 지역에서 공방을 열어 호평을 받아도 수년 내에 그 지역의 임대료를 감당 못 하고 쫓겨나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문화’로 떠오른 지역에서 문화가 사라지면 해당 지역은 다시 슬럼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뻔한 악성 루틴을 계속 반복한다. 이곳저곳 돌아가면서.
이솝우화에 나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답은 정해져 있다.
운이 좋게 상승기류가 들어온 거리라면, 그곳의 건축주들이 진정한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도시재생이다.
사람이 떠난 거리에 재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