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강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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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강남이다
부동산값이 미친 듯 오르더니 요새는 또 아파트값이 떨어진다고 연일 뉴스가 난리다.
부동산 투자에 일가견이라곤 없는 나에겐 참 먼 나라 이야기다.
한때 일본 도쿄를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 적이 있었다.
일본 버블경제 시절의 이야기다.
부동산은 실존하는 가치일까? 숫자로는 그렇다.
그러나 부동산은 항상 상대적인 가치를 가지는 게 부동의 현실이다.
강남의 땅과 멀리 남해의 땅은 가치가 다르게 평가된다.
그리고 그 평가가치의 기준은 부동산의 입지와 수요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강남 실제 건물들의 가치는 어떨까?
대부분 우리나라 도시의 건축물은 땅의 가격이 압도적이다.
건축물의 가치는 그리 크지 않다.
강남 타워팰리스 아파트 한 채의 가격은 건축비가 아니다.
그렇다고 타워팰리스라는 단지가 차지하고 있는 땅의 면적 비용만도 아니다.
건축물의 대지면적 위로 올려진 공간에 대한 비용이라고 하겠다.
특히 그 지역이 ‘강남권’ 인 것에 대한 값어치가 크게 차지할 것이다.
같은 규모와 형태의 건물이 먼 지방 소도시 어딘가에 있다면 결코 같은 가치가 되진 않을 테니까.
왜 사람들은 강남에 열광할까.
아는 분 중에 강남의 빌라에 전세로 사시는 분이 있었다.
그 빌라의 거주성은 뭐 변두리 빌라와 다를 게 별로 없었지만,
빌라가 자리한 곳이 강남 한복판인지라 전셋값이 분당의 고급 아파트를 훌쩍 넘었다.
그곳에 사업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왜 굳이 오랫동안 강남 전세를 고집하시는지 물었더니 대답은 의외로 심플했다.
아이들이 그곳에서 자랐고,
다 유학을 가 있긴 하지만 방학 때 돌아오면 친구들도 다 강남에 살고 있고,
평소 자주 가던 식당, 카페들이 다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분은 굳이 분당에 아파트를 사서 나중에 투자 효과를 볼 필요성도 안 느끼는 분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고,
굳이 강남에 많은 대출을 끼고 부동산을 사서 많은 세금을 내는 것도 불필요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강남에 전세 형태로 사는 분들은 다수가 학군문제도 물론 있겠지만 그 지역 특유의 인프라에 더 많은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더구나 이제는 사는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그 사람의 재력이 짐작되는 현대판 신분제가 현실적인 세상이다.
어디에 산다는 말만 들어도 대강 상대방의 재력+능력치가 보이는 것이다.
그게 전세인지 월세인지 대출을 잔뜩 끌어안은 부동산일지는 모를 일이다.
게다가 강남에서 오다가다 보면 느끼는 것이 확실히 강남에는 식당부터 병원, 모든 생활 인프라가 풍족하고 품질도 좋다.
다만 비싼 게 흠이고 어디고 주차하려면 무조건 강제 발레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게 문제지만.
흔히 고급 승용차를 타는 사람들이 말하는 ‘하차감’처럼, 어디 사느냐 물었을 때 강남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뭔가 사람이 여유로워 보인다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강남의 고급 아파트나 주상복합이 아니라면,
중심 주택가의 주택이나 빌라들, 다세대 주택들의 거주성은 전혀 좋지 않다.
좁고 낡고 단열성도 채광도 나쁜 주거가 수두룩하다.
그러나 조금만 걸으면 전철역이 있고 필요한 것들을 구하기가 쉽다.
그런 양면성이 교차하는 곳이 강남의 구 주택가다.
그리고 그런 주택가들은 언제부터인지 건축 제한인 상태의 구조는 그대로 두고,
카페나 식당 스튜디오 같은 것으로 슬금슬금 용도변경을 하여 자리 잡고 있다.
아마도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몇 년이 지난 후에는 강남에는 고급 아파트와 빌라,
주상복합을 제외한 다른 소규모 주택들은 미니빌딩이 되거나 상업용 건물로 바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지역별 균형발전을 주도한다고 매번 이야기는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에서 필요 때문에 생기는 수요를 막을 수는 없다.
‘강남’이라는 지역이 가진 차별성과 그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인 불평등을 이야기하지만,
사회주의 국가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더구나 지금은 지방자치의 시대 아닌가.
세금이 많이 걷히는 강남 지역의 세수로 인해서 지역의 공공 인프라가 더 좋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고, 그걸 바꾸기도 어렵다.
거꾸로 강남의 세수를 다른 지역으로 돌린다고 하면 당연히 역차별 논란이 생길 것이다.
이런 경제적 여건에서 강남에 도심 전체적인 삶의 질에 집중한 건물이 생길 확률은 적어 보인다.
굳이 유발 하라리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강남 불패’라는 부동산 어휘는 이미 신앙적인 믿음이 된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