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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말을 거네 44

인테리어는 왜?

by 능선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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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왜?


인테리어라는 용어는 외국어지만 지금은 일반 소비자들도 당연히 사용하는 용어이니 이젠 거의 표준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인테리어를 순화한 국어로 실내장식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일반인들이 쓰지도 않는 단어 아닌가.

전문업계 종사자가 아닌 소비자들도 인테리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실내장식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니 유명무실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한글 프로그램을 쓸 때 '인테리어' 단어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실내장식'으로 바뀌는 압박을 당한다.


인테리어의 역사를 따진다는 것도 사실 좀 모호하다.

인테리어란 실내를 장식하는 일. 또는 실내장식용품이라 사전적인 정의가 있지만,

이미 고대에도 건축이라는 행위가 일어났을 때부터 건축공간의 실내를 장식하는 행위는 있었고, 분류하자면 그것도 인테리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종합적으로 행하던 건축행위를 좀 더 세분화해서 전문적으로 나누어진 분야가 인테리어라고 이해하면 된다.


태생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불과 삼십여 년 전만 해도 인테리어라는 개념은 현재와는 조금 달랐다.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인테리어 회사가 등장한 것이 오십여 년 전인데,

일반인들의 인식에서 인테리어란 집 내부를 꾸미는 도배와 페인트칠 정도의

개념이었고,

건설사들이 신축 건물을 공사할 때 인테리어 회사를 별도로 쓰는 경우는 드물었다.

어차피? 이전에도 건설사에서 해왔던 일인데 굳이 돈을 더 줘가며 인테리어 회사를 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었기 때문이다.

호텔이나 쇼핑몰 같은 프로젝트의 경우에 인테리어 전문업체를 쓰기는 했지만,

그것도 최종 마감을 하는 수장공사의 개념이었기 때문에 건설회사의 일방적인 진행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 최초의 인테리어 회사들은 기존의 상호가 ‘건장’이 많았다.

건축 장식의 준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인테리어의 품질이 중요해지며 건축공사에서 별도의 공사종류로 구분이 되게 되었다.


물론 현재도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텔, 일반 상업용 근린상가 같은 건축에서는 별도로 인테리어 회사를 통해 공사 진행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형 호텔이나 대형 상업공간, 특별히 미적 감각이 필요한 건축물들만 별도의 공종으로 인테리어 회사를 투입한다.

아니면 아파트의 경우에 입주자의 선택, 혹은 오래된 아파트의 내부를 리모델링 하려는 목적으로 소규모 인테리어 업체를 쓰곤 한다.

태생이 건축에서 완전히 구분되지 않았고,

건축의 보조역할로 시작을 했다 보니 아직도 확고한 위치라고 하기에 모호한 부분들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예전에는 건설사들이 인테리어 회사를 쓸 때 전체공정 중에서 최종 마감 공사의 공정을 무척 보수적으로 잡곤 했다.

건설사의 논리는 인테리어는 어차피? 마지막 단계이니 밤새워 일해서 공정을 맞추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는 논리였다.

게다가 인테리어 마감의 기준이 되는 골조(천장, 벽, 바닥, 기둥)가 도면에서 다소 벗어나더라도 괜찮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어차피? 인테리어가 마감을 하는 것이니 기준 골조가 다소 불량하더라도 마감재에서 최대한 맞춰서 예쁘게? 마감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냐는 논리였다.

논리적으로 골조 자체가 워낙 비틀리거나 도면보다 크거나 (작으면 덮을 수 있다) 기울기가 안 맞거나 바닥 슬래브의 높낮이가 제각기 거나 하는 것들을,

최종 마감재에서 맞춘다는 것은 일부 가능은 하겠지만 대체로 거의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전체적인 수치가 워낙 차이가 날 때 제아무리 인테리어에서 맞추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건설된 건물을 전체적으로 리모델링 할 때 많이 드러나는 일인데,

슬라브의 끝과 반대편 끝의 높이 차이가 심할 때 10㎝가 넘는 일도 있다.

그런데 이게 거리가 있다 보면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슬래브에 바닥 공사를 하려면 그 높이 차이를 메워야 하는데,

높이를 메우지 않으면 추후 그 공간에 들어서는 비내력 벽체 (칸막이 구분 벽을 말한다)가 기울어질 것이고,

그 벽에 설치될 문이 안 맞을 것이기 때문에 (바닥의 단 차에 기울기가 있다면) 바닥 높이를 어느 정도 맞춰야만 한다.

이렇게 되면 내부 공간이 생각보다 줄어드는데, 바닥도 아니고 벽체가 그런 식으로 기울어져 있을 때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되곤 한다.

건축주로서는 공연히 사용할 내부 면적이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비틀려 있는 벽체 골조에 맞춰 그대로 마감 벽을 만들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그런 이유로 공간을 맞추다 보면 결국 내부 공간이 줄어드는 마법? 이 생기게 마련이다.


대형 공간의 경우에 그 정도가 좀 심할 때는 엉뚱한 장소에 사선의 여분 공간이 넉넉하게 발생하는 예도 있다.

한마디로 건축의 기본 골조가 도면에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지 않다면 배부 공간에서 손해를 보게 되는 건 결국 건축주라는 것이다.

벽이 좀 기울어져 있건, 건물의 각도가 좀 비틀려 있건 예쁘게 마감하면 그만이지 뭐가 문제냐고 언성을 높이는 건설사도 간혹 있었다.

그러나 인테리어란 내부의 마감 각도가 잘 맞아야 하고, 그게 안 맞으면 나중에 가구를 넣어도 모서리가 안 맞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어쩌겠는가.


우리나라에서 꽤 크다는 쇼핑몰 같은 곳에도 이따금 보면 연필을 실수로 떨어뜨렸을 때 연필이 어딘가로 주르르 계속 구르거나,

물청소할 때 웅덩이? 가 생기는 희한한 예도 없지 않다.

이 정도라면 사실 기본 골조공사가 심각하게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대공간이 아닌 아파트 공간에서조차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

주방의 싱크대 상판에 희한하게 물이 고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건 건축 골조의 문제는 아닌 인테리어 마감의 문제일 수도 있고,

때에 따라 기본 바닥 슬래브가 워낙 기울어져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때도 없지 않다.

특히 전반적으로 전체 마감 (천장, 바닥, 벽체)을 철거하고 새로 인테리어를 할 경우에는 괜찮은데,

부분적으로만 인테리어를 할 때 기존 마감과의 연결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뭔가 삐뚜름하게 마감이 되는 경우들도 있다.

만약 전반철거를 하고 새로 리모델링한 아파트의 구조가 여기저기 삐뚤삐뚤하다는 것은 그 인테리어 업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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