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제주 특집)
건축이 말을 거네 50
디자인은.... (제주 특집)
안도 다다오 선생의 건축 디자인들에 독창적인 언어가 있음은 분명하다.
앞서 기술했듯 특유의 디자인 언어들에 대해 프리츠커 상이라는 국제적인 지명도를 획득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잠깐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도 없지 않다.
안도 선생은 일본인으로서, 오사카라는 지역에서 나고 자라며 본인의 눈에 익은 일본 전통방식의 건축언어와 스스로 말하듯 르코르뷔지에 선생의 건축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것이 서양 건축가들의 눈에는 더 두드러진 양식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한다.
과거 일본의 판화 방식으로, 우키요에 浮世絵 라는 방식의 대중미술이 있었다.
“ 에도시대 중기에서 후기에 유행한 판화로 초기엔 육필화에서 시작됐으나 다색 판화 기법인 니시키에가 출현한 뒤로는 거의 판화 기법으로 제작됐다.
상업자본의 발달에 따라 늘어난 대도시의 대중을 상대로 출현한 예술작품이며, 다루는 소재도 당대의 가부키 배우나 유곽의 유녀, 스모선수를 비롯한 인물들과 도카이도나 후지산 같은 유명한 풍경 등 대중에게 쉽게 수용되는 소재를 주로 다루었다. 21세기 시점에서 보면 인기 연예인들이나 걸그룹들의 화보나 직캠과 비슷한 성격의 작품인 셈이다.
우키요에는 다색 판화로 용이하게 찍어내기 위해서 색이 강렬하고 평면으로 되어 있는 구성이 높이 평가받아 19세기 후반에 유럽의 일본풍 유행을 이끌었다. 우키요에 화첩이 도자기 등 상품을 포장하는 포장지로 사용된 것이 도자기 수출로 유럽쪽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었는데, 이를 보고 큰 인상을 받은 19세기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이 우키요에에 크게 영향받은 것이다.”
-출처 : 위키백과
이를테면 반 고흐 와 모네의 유명한 작품 중에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아 거의 복사 수준으로 따라 그린 작품들은 꽤 알려진 편이다.
일본에서 도자기 수출용 포장지로 쓰인 판화 그림이 인상파 작가들의 기존 구도와 색채에서 새로운 방향을 잡아보는 샘플이 된 셈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한국화 기법과 구도에서 틀에 박힌 시선이 서구의 다양한 묘사 기법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근대화 발전 과정과 다르지 않다.
운 좋게도 개인적으로 스위스에 출장을 갔다가, 취리히 미술관에서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은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었고, 안내 책자에도 그 내용이 꽤 상세하게 나와서 잘 비교해 볼 수 있던 일이 있다.
안도 선생의 건축으로 유명한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
그 건물을 처음 접하고, 건물의 정면으로 걸어 들어가며 느낀 것은 어딘가 오사카의 성곽 옹벽과 해자 垓字 와 거의 비슷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에도시대 성은 기본적으로 적대적 영주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성곽이 높은 옹벽에 세워져 있고, 둘레에는 깊은 해자가 깔려있다.
성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도 우리의 궁궐 구조와 달리 가벽들이 복잡하게 미로처럼 세워져 있어서, 단숨에 성 중심부로 진입하기 곤란한 미로 같은 구조이다.
내부의 공간들도 창호지 미닫이의 연속이라서 단번에 성주의 위치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감히 건축의 모퉁이에서 살아가는 내가 평가를 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건축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의 시선으로 본다 해도 그렇다.
어쩌겠는가.
우리 역시 태어나 자라면서 보아온 건물들에 눈이 익고, 경험한 공간들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으니.
특정 디자인이 좋고 나쁨은 단언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개인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한 디자인을 놓고 근원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거의 일반화를 시켜 독창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